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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충고 안들어 후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피고인은 5·18 항쟁 직후 무장 군인들이 집에 들이닥쳐 아버지를 잡아가는 것을 보고 아버지를 영원히 잃을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19일 서울지법 315호 법정에서 진행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3남 김홍걸(金弘傑)씨에 대한 2차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그의 '암울했던 유년기'를 집중 부각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은경(恩庚)변호사는 "야당 지도자였던 아버지의 가택연금과 구속·사형 선고에 이르는 암울한 시절을 거치면서 자신도 모르게 내성적인 성격을 형성하게 됐다"고 변론했다. 변호인단은 홍걸씨가 미국에서 외롭게 유학생활을 하던 중 수완이 뛰어난 최규선씨에게 의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걸씨는 특히 변호인과 문답 형식으로 "대통령의 아들이 아닌 벤처투자 사업가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었는데 수인 신분이 된 지금은 신기루를 좇은 허망한 느낌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50여분간 진행된 신문에서 홍걸씨는 金대통령이 거론될 때마다 안경을 만지작거리거나 얼굴을 쓸어내렸다.

변호인이 "아버지가 대통령 재임기간엔 사업을 유보하라는 충고를 했지만 이를 듣지 않은 점을 후회하고 있느냐"고 묻자 잠시 말을 멈췄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네"라고 답변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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