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게가 앞으로 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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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얼핏 지나치기 쉽지만 갯벌에서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동물들의 독특한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몸통 길이 2㎝인 밤게가 대표적인 예. 밤게는 앞으로 걷는다. 옆걸음을 가리켜 '게걸음 친다'고 하는 게 무색한 놈이다. 갯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인기척이 나면 죽은 척 하고 움직이지 않는다. 이 때 손으로 살짝 들었다 놓으면 부지런히 앞으로 달려 도망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라는 속담에서 볼 수 있듯 보통 게들은 굴에서 나올 때 밖으로 눈을 빼곰히 내밀고 주위를 살핀다. 그러나 한쪽 집게발이 유달리 커 짝짝이인 농게는 큰 집게발을 구멍 밖으로 내민다. 그리고 기다려보다 주변에서 움직임이 느껴지면 얼른 집 속으로 숨는다.

고둥 종류는 아주 천천히 움직이지만 간혹 대단히 빨리 움직이는 것을 볼 수도 있다. 이런 '칼 루이스 고둥'의 껍질을 들춰보면 영락없이 집게가 들어 있게 마련.

시체 청소부여서 '갯벌의 하이에나'란 별명이 붙은 새끼 손톱 만한 왕좁쌀무늬고둥이 몰려 있는 것도 가끔 보인다. 이때 잘 살펴보면 게 등의 시체를 먹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갯벌관찰 도움 자료=▶인터넷:갯벌자연생태정보(wetland.inpia.net)▶책:뻘 속에 숨었어요(도토리기획 著·보리 刊·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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