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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풍K-리그>지역연고가 부활 풀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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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관중 동원 1위 팀은 우라와 레즈다. 일본 대표선수인 오노 신지(네덜란드 페예누르드)가 지난해까지 뛰었던 이 팀은 리그 우승은커녕 2부리그로 떨어진 적도 있다.

그러나 성적에 관계없이 레즈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한결같다. 지난 13일 J-리그 우라와-주빌로 경기가 벌어진 사이타마 월드컵 스타디움에는 무려 5만8천여명이 입장, 월드컵 일본-벨기에전보다 더 많은 관중수를 기록했다. 레즈 팬들은 원정경기에도 수천명이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갈 정도다.

이같은 레즈의 인기는 지역 주민들의 애향심에서 비롯됐다. 사이타마현 우라와(浦和)시는 전통적으로 축구가 강하고 좋은 선수를 많이 배출했다. 우라와·요노(與野)·오미야(大宮) 3개 시가 '사이타마시'로 합병됐지만 우라와 사람들은 레즈 축구팀을 통해 일체감과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브라질 대표 히바우두가 뛰고 있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팀도 카탈루냐인의 상징이 돼있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비록 스페인이라는 국가에 속해 있지만 우리는 별개의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이들은 바르셀로나라는 팀을 자신들과 동일시 한다.

K-리그도 '월드컵 4강'에 걸맞은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이같은 지역 연고를 뿌리내려야 한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내 팀'을 응원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그 동안 K-리그는 인위적인 지역 분할과 잦은 연고지 이동으로 지역 연고를 정착시키지 못했다.

다행히 수원·포항·광양 등은 차츰 지역 연고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내 팀'이라는 인식은 구단과 선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구단은 홈페이지나 각종 홍보물을 통해 팀의 소식과 선수 동정을 알려줘야 한다. 또 훈련장을 개방해 누구나 찾아와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격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구단은 유소년클럽을 활성화해 지역 주민의 자녀가 이곳에서 축구를 배우고 구단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잉글랜드의 마이클 오언은 온가족이 리버풀 축구단 회원이고 자신도 리버풀 유소년클럽에서 축구를 배웠다.

그가 숱한 유럽 명문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뿌리치고 리버풀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소년 시절부터 '내 팀'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팀수를 늘리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상암경기장을 활용하고 1천만 서울시민을 끌어들일 서울 연고팀의 창단이 급선무다. 현재 몇몇 기업체가 관심을 갖고 창단에 필요한 기초작업을 하고 있다. 월드컵 열기에 힘입어 '서울연고 팀 창단을 위한 시민주주 운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인구를 고려하고 상암경기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개 이상의 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특정 기업이 팀을 만드는 것보다는 몇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만들고 시민도 주주로 참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장'인 서귀포 월드컵경기장을 갖고 있는 제주에도 빨리 프로구단이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경기장 자체가 관광상품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고, 하루 평균 1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K-리그가 발전하려면 경기 수준이 높아지지 않으면 안된다. 구단들은 당장의 성적보다는 장기 발전 플랜을 세워 실천해 나가야 한다. 스타 선수와 감독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보호해야 하며, 선수를 키워 비싼 이적료를 받고 해외에 파는 '마케팅 마인드'에도 눈을 떠야 한다.<끝>

정영재·최민우 기자

<시리즈 순서>

(上) 지켜진 약속,'CU@K-리그'

(中) 아차하면 관중은 떠난다

(下) 프로다운 프로축구를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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