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석 앉은 박근혜 “당선된 분들께 축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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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한나라당 신임 대표가 정견 발표에 앞서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당대회는 조직력이 좌우한다는 정치권의 속설이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한나라당 친이계 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안상수 후보는 14일 전대에서 대의원 투표에서 3021표를 얻어 라이벌 홍준표 후보를 649표 차로 따돌렸다. 홍 후보는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여론조사에서 23.2%(1482표)의 지지율로, 안 후보(20.3%·1295표)를 눌렀지만 현장 투표의 열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당내 의원 모임 중 최대인 ‘국민통합포럼’을 이끌어온 안 후보가 일찌감치 ‘대세론’을 조성하며 당협위원장들을 장악한 게 적중한 셈이다.

홍 후보는 개인기에 의존했으나 스스로 인정했듯이 제한된 인원이 참여하는 전당대회에서 그런 전략은 한계가 뚜렷했다. 한나라당 대의원들은 네거티브 공격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경선 막판 홍 후보가 안 후보의 병역 면제 사실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도 있다.

홍 후보는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에 기대를 걸었으나 조사가 1인2표제로 실시됐기 때문에 안 후보와 격차를 크게 벌리지 못했다.

여론조사의 최대 수혜자는 나경원 후보다. 나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선 5위를 차지했지만 여론조사에서 23.9%로 1위를 차지해 종합 순위 3위로 뛰어올랐다. 특별한 조직이 없는 정두언·나경원 의원이 예상보다 대의원 투표에서 선전한 배경을 두고 대회장 안팎에선 친이계 주류가 1인2표제를 활용해 대의원 표를 ‘안상수-나경원’ ‘안상수-정두언’으로 몰아주는 ‘오더(지시) 투표’를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후보 단일화 여부가 관심사였던 친박계의 이성헌·한선교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각각 1301표와 403표를 얻었다. 친박계의 표심이 막판에 이 후보 쪽으로 움직인 셈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선 한 후보가 12.3%로 4위를 차지하며 선전했다. 대의원 투표에서 친박계 후보 4명이 얻은 표는 전부 4520표로 전체의 30.4%에 불과했다. 당은 여전히 친이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후보들, 박근혜에 인사 러시 =박근혜 전 대표는 귀빈석이 아닌 일반석에서 대구 달성군 대의원들과 함께 전당대회를 지켜봤다.

친박계 서병수 후보가 연설하면서 자신의 출마를 박 전 대표가 지지했다고 주장하며 “우리 박 전 대표님 어디 계십니까. 손 좀 흔들어 주세요”라고 호응을 유도했지만 박 전 대표는 미소만 지은 채 손을 들어보이진 않았다. 박 전 대표가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로 내려오자 나경원·김성식 후보 등 여러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인사를 건넸다. 박 전 대표는 개표 결과가 나온 뒤 기자들에게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되신 분들께 축하드린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친박계가 한 명만 당선돼 아쉽지 않으냐”는 질문엔 살짝 웃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안상수 대표 체제에 대해 바라거나 요청하는 바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이날 단상엔 남아공 월드컵 관람을 마치고 귀국한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 박관용·김수한·김형오 전 국회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자리를 잡았다. 또 청와대에선 박형준 정무수석, 정진석 정무수석 내정자가 참석했다.

후보 정견 발표 땐 안상수·정두언·서병수·이성헌·한선교·김대식 후보 등 6명의 후보가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이 연설을 시작하면서 대의원들에게 큰절을 했다.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직전 안상수 후보 측 선거운동원이 행사장 주변에서 돈 봉투를 돌렸다는 제보가 접수돼 당 클린경선감시단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조사 결과 선거운동원에 대한 정상적인 일당 지급으로 확인됐고, 다른 후보 측도 문제 삼지 않았다.

김정하·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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