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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의 요상한 비밀병기 ‘원 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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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최경주의 ‘원 퍼터’는 좌우가 아니라 앞뒤로 스트로크하는 것이 일반 퍼터와 다르다. 사진은 지난주 존디어 클래식에서 퍼팅하는 최경주. [중앙포토]

“저는 그동안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이거다 싶으면 항상 남보다 먼저 사용했지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제 골프 인생에서 이게 마지막 퍼터가 될지도 모릅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메이저 골프대회인 브리티시오픈 개막을 앞둔 14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연습 라운드를 마친 최경주(40)는 비장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변신을 거듭해 온 최경주가 또다시 변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경주는 이번 대회에 드라이버 길이에 맞먹는 롱 퍼터를 들고 나왔다. 길이가 40인치에 그립 부분도 두툼한 형태다. 연습 라운드 중 가끔 홀을 빗나간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홀 가까이에 공을 멈춰 세웠다.

최경주가 이 퍼터를 사용하게 된 것은 퍼터 개발자인 멕시코계 미국인 완의 제안에 따라서다. 개발자의 이름이 ‘원’처럼 들려 최경주는 새로운 비밀 병기를 ‘원 퍼터’라고 부른다.

퍼팅 부진으로 고민하던 최경주는 2주 전 이 퍼터를 받아 들고는 곧 실전에 써먹기 시작했다. 지난주 PGA투어 대회에 이어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이 퍼터를 들고 나온 것이다.

원 퍼터가 다른 퍼터와 가장 다른 점은 어드레스 자세다. 일반적인 퍼팅 자세는 어드레스를 할 때 홀과 수직을 이루도록 옆으로 서는 데 비해 원 퍼터는 마치 볼링을 하듯 홀을 바라보면서 선다. 앞으로 똑바로 서서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고는 긴 퍼터를 뒤로 뺐다가 앞으로 쭉 밀어 준다. 마치 볼링이나 당구를 치는 듯한 방식이다.

당장 주변에선 혹평이 쏟아진다. 동료 선수들은 아예 대놓고 비웃기까지 했다. 최경주는 “남들이 뭐라고 하건 상관하지 않는다. 사각형 드라이버를 사용했을 때도 세상 사람들은 참치캔 따는 소리가 난다며 비웃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며 이 퍼터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그동안 퍼트를 할 때마다 백스윙이 제대로 안 돼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원 퍼터는 내가 잘못한 점을 즉시 발견할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길이가 길어 거리 조절도 만만치 않고 다루기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최경주는 “거리 조절은 백스윙 크기로 조절하면 된다. 의외로 다루기 쉽다”고 했다.

한편 15일 오후 개막하는 브리티시오픈에는 최경주·양용은·노승렬·김경태 등 모두 8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 올해 대회는 2000년과 2005년에 이어 다시 올드 코스에서 열린다. 2000년과 2005년엔 모두 타이거 우즈(미국)가 우승을 차지했다. 우즈는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 등과 함께 오후 5시9분 첫날 경기를 시작한다. 최경주는 1라운드에서 장타자 버바 웟슨(미국)과 샷 대결을 펼친다.

세인트앤드루스=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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