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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 하화계리 작은 솔밭 구석기~중석기 유물 쏟아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강원도 홍천 하화계리 작은 솔밭 일대에서 구석기부터 중석기에 이르는 석기 유물이 대규모로 나왔다.

강원대학교 유적발굴조사단(소장 최복규)은 최근 하화계리 204의 3번지 일대를 지난 4개월간 발굴한 결과 다양한 구석기·중석기 유물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지역의 사둔지와 도둔에 이은 세번째 대규모 석기시대 유물 발굴. 이에 따라 이 지역이 구석기와 중석기 시대를 대표하는 유적지로 확인된 셈이다.

이번 발굴에서 나온 유물 가운데 가장 주목할 것들은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모양의 석기들이다.

흑요석은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급격히 냉각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검은 돌로 벼루와 비석 등을 만드는데 주로 사용된다. 흔히 까마귀처럼 검다고 해서 오석(烏石)이라고도 한다.

이 돌은 상대적으로 손질하기가 쉬우 편이라 이번에도 매우 정교하게 손질된 긁개와 밀개, 고기를 썰 수 있게 한 톱니날, 창의 날로 사용했던 작은 좀돌날 등이 나왔다. 이 유물들은 솔밭 일대에서도 가장 얕은 땅에서 발견됐다.

이번 발굴의 고고학적 의미를 더하는 성과는 흑요석과 함께 당시 원시인이 사용했던 불의 흔적, 숯이 나왔다는 점이다. 숯은 탄소연대 측정으로 시대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하는 바로미터.

이번에 발굴된 숯을 탄소연대측정한 결과 1만3천4백년 전후로 확인됐다. 오차는 약 60년. 구석기와 신석기를 연결하는 중석기 시대가 존재했음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지역이 구석기 유적으로 더 중시되는 것은 같은 지역의 더 아래쪽 깊은 토층(土層)에서 훨씬 앞선 시대의 구석기 유물들이 같이 나왔기 때문이다.

흑요석이 발견된 바로 아래쪽에서는 석영(차돌)으로 만든 석기들이 많이 나왔다. 날을 양면으로 다듬은 모양 등으로 미뤄 중석기로 넘어가는 구석기 후기, 약 2만년 전후한 시기로 추정된다.

이어 더 아래쪽에서는 최대 20만년전으로 추정되는 구석기 주먹도끼까지 확인됐다.

주먹도끼는 석영으로 만든 것으로 사람 주먹만하다. 이 주먹도끼를 전기 구석기 시대인 20만년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는 같은 지층에서 나온 자갈층이 지질학적으로 중기 홍적세(洪積世)에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최복규 조사단장은 "한 곳에서 구석기 전·중·후기부터 중석기 시대에 이르는 석기 유물이 한꺼번에 나온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후기 구석기에서 중석기로 넘어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유적으로 주목된다. 이미 발굴한 사둔지와 도둔을 포함해 이 일대에 구석기 유물이 산재한 만큼 현재 공사중인 국도 5호선 확장공사 노선을 변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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