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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강충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1면

1999년부터 4년에 걸쳐 바흐 건반음악 전곡 연주의 대장정에 나서고 있는 피아니스트 강충모(42·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사진)교수. 그는 학창 시절 '엘튼 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80년대 초 서울대 음대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창들 사이에선 아직도 이 별명으로 통한다. 피아노 건반 앞에 앉아 직접 연주하면서 노래도 부르는 엘튼 존 흉내를 잘 냈기 때문이다.

당시 국사·국민윤리 등 교양과목은 물론 합창 등 거의 전학년이 함께 듣는 과목은 인문대에 있는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었다. 학생수가 많다보니 미리 와서 수업 시작을 기다리는 학생도 많았다.

대형 강의실에는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가 한 대 있었다. 교수 연구실이나 음대 시청각실에만 있는 스타인웨이도 만져볼 겸 기다리는 동료 학생들의 무료함도 달랠 겸 해서 너도 나도 나와 피아노를 연주하곤 했다.

하지만 '청중'이 모두 음대생인만큼 아무나 나와서 실력 발휘를 했다간 망신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피아노과 학생 중에서도 유난히 남학생들이 '무대'로 나서 귀를 즐겁게 했다. 그렇다고 베토벤·쇼팽을 연주한 것은 아니다. 입시는 물론 학기마다 실기 연주로 점수를 받아야 하는 학생들이 아닌가. 베토벤·쇼팽을 연주했다간 지긋지긋하다 못해 몸서리쳤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굿바이 옐로 브릭 로드'등을 부르며 엘튼 존 흉내를 냈던 강교수가 단연 인기 최고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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