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國稅 21% 더 걷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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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내년 국세를 올해보다 20% 이상 더 걷을 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관계기사 5면>

국세란 소득세·법인세 등 일반 국민과 기업이 내는 모든 종류의 내국세에 관세·교통세를 합친 것을 말한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2003년도 세입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전체 국세 징수 규모를 1백13조7천4백72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는 올해(93조8천4백43억원)보다 21.2%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국세 85조7천8백억원)와 비교한 올해 국세 증가율(9.4%)의 두배를 넘는 수준이다.

기획예산처는 각 정부 부처에서 세입·세출안을 받은 뒤 일부 조정해 가을 정기국회에 넘기는데, 세입안의 경우 그 동안 기획예산처 조정안대로 국회에서 거의 통과돼 왔으나 이번에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재경부의 이런 국세 징수 계획은 내년 경상 성장률을 9.2%로 추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올 성장률(6%대 전망)과 경기 회복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지나치게 높은 것이다. 결국 정부가 현실성 없는 성장률 전망치에 근거해 세입 예산을 늘려잡아 국민의 세금 부담만 커지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세금을 많이 걷겠다고 계획한 것은 국세 외에 예산의 재원이 되는 세외 수입이 내년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재경부에 따르면 내년 세외 수입은 올해(12조3백23억원)보다 최소 7조원 가량은 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우선 올해 가장 큰 세외 수입이었던 한국통신 주식 매각 대금(5조4천억원)이 내년에는 빠진다. 여기에다 재원 확보를 위해 매각할 공기업 지분도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다.

또 올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했던 국채(1조9천억원) 역시 내년도 균형 재정을 약속한 정부가 재발행하기 어렵다. 조세연구원 관계자는 "무리하게 세금을 더 걷기보다 예산을 덜 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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