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버릇 가르치는 '아줌마 파출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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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국내에 몇 안되는 '아줌마 파출소장'김인순(金仁順·50·사진)경위.

그의 책상 서랍엔 동네 개구쟁이들의 반성문이 가득하다.

'다시는 엄마한테 거짓말 안할게요.'

'돼지저금통에서 돈 빼서 오락했어요. 제가 정말 나빴습니다. 앞으론 운동 열심히 해서 안정환 선수처럼 국가대표가 돼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릴게요. 사랑하는 아들 올림'.

지난해 2월 김소장이 부임한 뒤로 서울 강서경찰서 등촌2파출소는 동네 사람들이 찾아오는 편한한 공간이 됐다. 엄마는 말썽을 피우는 아이에게 엄포를 놓는다.

"너 자꾸 말 안 들으면 경찰 아줌마한테 잡아가라고 한다."

그래도 개선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은 파출소에서 반성문을 써야 한다.그렇게 개구쟁이들의 반성문은 김소장 책상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김소장은 고교 교사인 딸(25)과 군대에 간 아들(23)을 둔 이른바 '베테랑 아줌마'다.

그래서 자녀의 나쁜 버릇을 고쳐달라는 부탁부터 어려운 처지의 노인을 찾아가 도와드리자는 제안까지 시시콜콜한 주민들의 민원을 베테랑 아줌마다운 솜씨로 속시원히 해결한다.

30여명의 동네 어머니들은 최근 스스로 방범 봉사대를 만들었다. 이들은 경찰관들과 함께 아이들 하교길에서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하고, 혼자 사는 노인들도 돌본다.

그렇지만 김소장이 여자라고 해서 힘들고 위험한 일을 피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해다. 지난해 7월 한밤 중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가옥 20여 채가 물에 잠기는 일이 있었다. 김소장은 직원들과 함께 현장에 달려갔다. 그는 팔다리를 걷어붙이고 반지하방에서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떨던 10여명을 직접 구조했다.

1972년 첫 여경(女警)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김소장은 "지난 30년의 경찰 생활 대부분을 내근 업무만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 여경이라고 해서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시대는 지났죠. 여자들도 수사·형사·방범 등 현장에서 뛰는 분야에서 얼마든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답니다."

글=강주안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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