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지분·업체간 제소 등 통신잡음 끝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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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이상철(李相哲) 전 KT 사장이 취임해 통신 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정책의 큰 틀이 바뀌지야 않겠지만 통신 전문가인 李장관의 업무 스타일을 놓고 볼 때 얽히고 설켜 있는 통신시장 현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현안 어떻게 될까=그동안 정통부의 일관된 통신정책 기조는 크게 두 가지, 즉 통신시장 3강체제와 유효경쟁체제 구축 이었다.

통신시장 3강체제는 KT와 SK텔레콤의 2강 외에 하나로통신·LG텔레콤·파워콤 등 군소업체들을 합쳐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제3의 종합통신업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유효경쟁체제 구축은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을 차별(비대칭)규제하는 한편 후발업체들은 지원함으로써 경쟁을 유발하고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의 편익을 높이자는 구도다.

李장관의 정책 기조도 일단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李장관은 11일 "국민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차별 규제나 통신시장 구조조정, 3강구도 정책 등에 대한 조화점을 찾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보유한 KT 지분(11.34%)과 관련해서는 "SK텔레콤이 KT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정부 정책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李장관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적어도 통신 현안들이 앞당겨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李장관의 경우 나이와 역량으로 볼 때 앞으로 상당 기간 어떤 형태로든 정보기술(IT)정책의 중심에 있을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업계에서 李장관이 펼칠 정책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李장관이 자신의 정책 지지세력을 다수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단 전임 KT 및 KTF 사장으로서 양사의 긴밀한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 전임 양승택 장관과의 차이점이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KT에 유리하고 SK텔레콤에는 불리한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李장관 스스로도 "이제는 KT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최고로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 반응=업계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통신 전문가가 정보통신 정책의 책임자가 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KT와 KTF 측은 "좀 더 오래 사장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입을 모았다. LG텔레콤 관계자도 "李장관이 후발 통신업체인 KTF를 경영했던 만큼 후발업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소 곤혹스러운 곳이 SK텔레콤. 李장관이 KT 사장으로 있을 때 몇몇 분야에서 격렬하게 맞서왔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KT 사장 때와는 입장이 다를 것"이라며 "우리를 이유없이 압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당장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李장관 취임이 통신업계 화해무드 조성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KTF가 우리를 상대로 낸 5백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철회한다면 PCS 재판매와 관련, KT와 KTF를 상대로 낸 불공정행위 제소를 취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이미 통신시장의 변화 조짐이 보인다는 얘기다.

하지윤·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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