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명박 정부 후반기, 활발한 소통 정치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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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내정 발표된 대통령 비서실 수석 인사는 국정 운영 방식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임을 느끼게 한다. 아직 평가하긴 이르나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온 소통(疏通) 문제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멀리하고, 정치를 외면해 왔다. 효율을 중시하는 기업인의 입장에서는 국회라는 민주적 절차가 지극히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다. 정치권을 당리당략(黨利黨略)과 정치적 음모가 횡행하는 부패집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심은 호랑이와도 같다. 잘 다루면 큰 힘이 되지만 잘못하면 잡아 먹힐 수도 있다. 또 모든 것을 다수결로만 결정할 수도 없다. 소수파도 존중하며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게 민주주의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여의도에서 벌어진 파행적인 모습의 책임 중 상당 부분은 청와대에도 있다. 국정 운영에서 정치를 피할 길은 없다. 임기가 훌쩍 절반이나 지나버렸지만 중요한 국책사업들이 진척(進陟)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무수석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정진석 정무수석 내정자는 정치부 기자 출신으로 자민련과 국민중심당을 거쳐 한나라당에 입당한 3선 의원이다. 정치권의 내부 생리를 잘 알 수 있는 인물이다. 더군다나 충남 공주 출신으로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표를 던졌고, 발이 넓다는 평을 받아왔다. 역시 3선 의원 출신의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자와 호흡을 맞출 경우 충청권 민심은 물론 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자유선진당 등과도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권에 가장 시급한 것은 ‘두나라당’이 돼버린 한나라당의 당내 화합이다. 친이(親李)와 친박(親朴)은 같은 당을 하고 있다고 믿기 어려운 정도다. 중요한 국정 과제마저 당내에서부터 파열음을 내니 추진력을 얻을 수가 없다. 최근에는 친이계 내에서마저 서로 칼질을 해대는 형국이니 이러고서야 임기 후반기에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야당과는 말할 것도 없다. 다수결을 무기로 야당에는 대화의 문을 닫아왔다. 그런 방식으로는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과 끝없는 발목잡기만 연출될 수밖에 없다. 정 의원을 정무수석에 내정한 이 대통령의 뜻이 활발한 소통 정치에 나서겠다는 의도라고 읽혀 기대된다. 정 수석 내정자의 역량 발휘로 대통령의 소통정치가 만개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촛불시위 등에 포위돼 왔다. 당장 현안인 4대 강 문제에서도 종교계 반대가 심하다. 이 대통령이 이제라도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사회통합수석을 신설한 것은 다행이다. 사회통합수석에 내정된 박인주 평생교육진흥원 원장에 대해서는 TK·고려대 출신이란 점이 입초시에 오른다. 그럼에도 박 원장은 시민단체·교육계·정계 등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왔고,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어 사고의 유연성이 있는 데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말고 많이 만나고, 귀를 열어 시중(市中)의 소리를 권부(權府)에 제대로 전달해야 새로운 자리를 만든 의미가 살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