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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문턱서 "나보다 남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인 세명이 사망하고 두명이 실종된 지난 7일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의 배 전복 사고 때 한 선교사 덕에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선교사는 이날 자신의 가족들을 잃은 가운데서도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챙긴 것으로 전해져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오윤택(39)선교사.

한국대학생선교회(KCCC)는 8일 당시 현장에 있던 유인식(35)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홈페이지(www.kccc.org)에 올려 오선교사의 헌신적인 인명 구조 노력을 소개했다.

이 글에서 유씨는 "사고 직후 배 날개 쪽에 매달려 있는 게 안전한데도 오선교사는 구조선이 올 때까지 30분 동안 배 주변을 헤엄쳐 돌아다니며 탈진한 사람들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외치며 힘을 북돋워줬다"며 "당시 사람들이 당황한 상태였기 때문에 오선교사의 노력이 없었다면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선교사는 이날 사고로 부인 전상화(34)씨와 딸 은수(6)양을 잃었다고 유씨는 전했다.

1999년 필리핀에서 전도 활동을 시작, 언어선교훈련원 책임자로 일해온 오선교사 일가족은 이날 KCCC 회원 22명과 함께 소형 벙커선을 빌려 타고 루손섬 남부의 휴양지인 민도로섬으로 관광을 다녀오던 길에 거센 파도에 사고를 당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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