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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태풍 '위험 반경' 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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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초 중국 동해안을 따라 북상, 서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제5호 태풍 '라마순'이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6일 낮 충남 태안반도 부근에 상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반도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예상 진로에 따르면 라마순은 태안반도에 상륙한 뒤 강원도 북동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여 사실상 전국이 태풍의 위험권에 놓이게 돼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상청은 5일 "라마순이 북상하면서 중심 부근의 최대 풍속과 크기가 약해지고 있지만 강한 바람과 비구름대를 동반해 전국에 걸쳐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태풍은 발생 시기와 진행 방향에 따라 피해 규모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라마순 역시 북진하면서 위력이 다소 떨어져 초대형급에서 중형급으로 두 단계 떨어지긴 했지만 반경 4백30㎞까지 영향을 미치는 강한 태풍으로 분류돼 파괴력은 여전히 엄청나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태풍 라마순이 북위 30도 이상의 중위도 지방으로 올라오면서 세력이 약해진 데다 편서풍대의 영향으로 동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분석한다.

5일 오후 10시 현재 중심기압 9백80hPa·최대 풍속 28m(초속)의 라마순이 현재 위력과 예상 경로를 유지하며 상륙할 경우 지붕의 기와가 날아가고 나무가 쓰러질 수 있는 초속 30m 내외의 강풍을 동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마순은 규모나 진행 경로면에서 2000년 8월 말 한반도를 강타한 '프라피룬(중심기압 9백65hPa·최대 풍속 36m/s)'과 비슷하다.

프라피룬도 발생 초기에는 중국 내륙 쪽으로 북상하다가 서해 쪽으로 방향을 틀어 경기·충청·호남지역을 강타했었다.

프라피룬은 순간 최대 풍속이 58.3m/s를 기록하는 등 무서운 파괴력의 강풍을 동반해 28명의 인명 피해와 2천5백21억원의 재산 피해를 남겼다.

1987년 7월 한반도 중남부를 관통, 엄청난 피해를 안겼던 태풍 '셀마(중심기압 9백50hPa·최대 풍속 40m/s)'에 비해 중심기압은 높지만, 최대 풍속은 다소 떨어지는 규모다. 셀마는 3백45명의 인명 피해와 5천9백66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예년에 비해 다소 이른 7월 초에 찾아온 불청객 태풍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것이다.

태풍은 매년 평균 30개 가량 발생하고,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친 것은 190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백1개로 집계된다. 한해 평균 3.1개씩 발생한 셈이다.

월별로는 8월이 1백12개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7월 86개, 9월 77개,6월 17개 등의 순이다. 전체 태풍의 91% 가량이 7~9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라마순이 상륙한 이후 세력이 급속히 약화돼 강원도 북동 내륙 쪽으로 이동하면서 소멸되거나 동해로 빠져나갈 전망"이라며 "동반한 비구름대와 강풍이 얼마만큼 위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서태평양의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고수온대를 유지하는 등 태풍이 만들어지는 여건이 잘 갖춰져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이 예년의 2,3개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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