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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증시 기관이 주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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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증시의 최대 매수 세력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에도 기관 주도의 장세가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내년 증시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기관이 '증시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란 점을 주요인으로 내세운다. '수급이 재료에 우선한다'는 증시 격언처럼, 내년의 경기 및 기업실적 부진이란 악재를 기관의 수요란 호재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29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국내 기관의 누적 순매수 금액은 1조1516억원을 기록했다. 월별 순매수액 기준으로는 정보기술(IT) 열풍이 불었던 1999년 7월(3조3972억원) 이후 5년5개월 만에 최대치다.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은 연말 결산이 낀 4분기에는 전통적으로 주식을 처분해왔다"면서 "그러나 올 4분기에는 1조8000억원어치나 순매수해 주식 매수 갈증이 얼마나 심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국내 기관의 순매수 기조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 김학균 연구원은 "종합주가지수 800선 이상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주식펀드 투자자의 시장 이탈이 올해 4분기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며 "투신의 적립식 펀드와 생명보험의 변액보험이 잘 팔리면서 기관의 매수 여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외국인들의 증시 영향력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2003~2004년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이었던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이제 정점을 통과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1월과 12월 초 한국 관련 해외펀드로 기록적인 자금 유입이 있었지만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매도 우위를 보였는데, 이는 한국 주식이 과거와 같은 무조건적 매수 대상이 아니라 매매의 대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17일까지 외국인의 일 평균 총매도금액은 649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차익 실현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내년 5월 말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지수(MSCI)의 이머징마켓 지수 내 대만 편입비율이 상향조정될 예정이어서 외국인들이 한국보다 대만 주식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이 자본시장 개방 이후 계속 쪼그라들었던 국내 기관의 시장 영향력이 복원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내년의 기관 장세는 어디까지나 시장 전반의 저점을 높이는 정도지, 국내 기관의 힘만으로 종합주가지수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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