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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보전세제 추진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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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금수)는 29일 본회의를 열고 근로소득보전세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 제도의 도입을 추진해온 정부의 계획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일하는 저소득 계층에는 벌어들이는 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기보다 자신이 번 돈이 많아질수록 국가가 돈을 더 얹어주는 제도다.

노사정위원회는 이날 합의문을 통해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구가 증가하는 현실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노사정은 이에 따라 "일할 능력과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빈곤을 극복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근로소득보전세제도의 도입을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시행방안을 확정하고, 2006년 근로소득세를 토대로 2007년에 시범 실시할 방침이다.

김기찬 기자

[뉴스분석] 연간 2조 ~ 4조원 재정 부담 예상
소득파악 제대로 안하면 '헛일'

노사정이 도입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근로소득보전세제도(EITC.Earned Income Tax Credit)의 목적은 일하는 저소득층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ITC는 저소득층 중 일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에게는 일을 할수록 돈이 많이 주어진다. 예컨대 보전율을 30%로 정할 경우 가구 전체의 월 소득이 100만원이면 근로자는 국가에서 30만원(100만×30%)을 현금으로 받는다. 월 소득이 140만원이면 42만원을 받는다.

이 제도를 잘 운영하면 기초생활보장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는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일을 하든 안 하든 돈을 준다. 반면 극빈층에서 벗어나면 모든 지원이 중단된다. 그래서 저소득층이 기초생활보장제의 범주 속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돈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 재원에서 세금 수입이 준다.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는 말이다. 결국 재원을 조달하려면 부유한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 나눠 주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고소득자의 소득세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조세 저항도 예상된다.

재정경제부는 132만명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면 연간 2조~4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래서 노사정위원회는 재계의 요청에 따라 합의문에 "현행 조세 체계에 큰 충격을 주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소득세 체계도 확 뜯어고쳐야 한다. 현행 소득세제는 개인별 소득에 기초하고 있다. EITC는 가구당 소득을 기준으로 삼는다. 따라서 가구 구성원 모두의 근로소득, 금융 및 부동산 소득 등 재산 자료를 합산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득 파악률은 34%밖에 안 돼 과세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특히 사측은 이번 합의에 대해 벌써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재황 한국경영자총협회 정책본부장은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 제도가 현실에 맞는지를 검토해 보자는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추진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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