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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슬로푸드 체험 공간들

중앙일보

입력


제철 맞은 질경이가 밥상에 오른다. 콩을 불리고 가마솥에 끓이는 과정을 진득하게 기다리면 고소한 두부 한 접시가 눈앞에 놓인다. 슬로푸드 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진수성찬이다. 건강한 먹을거리와 ‘느림의 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녀와 함께 슬로푸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늘고 있다.

제철 식재료로 만드는 장아찌

 “질경이가 제철이에요. 봄엔 민들레가 연하고, 5~6월은 매실이 좋죠.” 연미향마을(용인시 원삼면) 위명숙(56) 부녀회장의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이 마을을 찾은 주부 이소희(37·용인시 죽전동)씨는 “민들레로도 장아찌를 담느냐”며 의아해 했다. 위 부녀회장은 “제철식재료로 만들 수 있는 슬로푸드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전했다.

 장아찌를 만드는 법은 두 가지다. 전통적으로는 간장을 끓여 부어 만든다. 삶은 질경이를 2~3일간 햇볕에 바짝 말린 후 물을 섞어 팔팔 끓인 간장을 붓는다. 위 부녀회장은 “장도 묵어야 제맛을 내듯 장아찌도 오래될수록 맛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담은 장아찌에 올해 새로 만든 것을 함께 넣어두면 맛이 더 깊어진다는 설명이다.

 새콤 달콤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설탕·간장·식초를 같은 비율로 섞은 물에 질경이를 담가두면 된다. 간이 배는 시기는 하루에서 일주일까지 각기 다르지만 민들레·오이·양파·마늘쫑 등도 이러한 방법으로 담을 수 있다. 주부 김형옥(31·용인시 죽전동)씨는 “간장을 끓여 담그려면 번거로운데 이 방법은 집에서도 쉽게 따라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슬로푸드&화훼단지를 오픈한 연미향마을은 용인시 독성권역의 6개 마을 공동체다. 이곳에서는 마을 주부들이 직접 된장·간장·고추장·장아찌·떡·두부·화전·김장 등의 슬로푸드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각종 장류·김장 등은 연미향마을에 항아리를 보관해 두고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씩 덜어가도 된다.

 슬로푸드 체험은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특히 떡 체험은 직접 만들고 그 자리에서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로 인절미나 쑥개떡을 만든다. 쑥개떡은 마을 부녀회에서 미리 쌀을 불려 쑥을 넣고 곱게 빻아둔다. 체험자들은 모양을 빚기만 하면 된다. 김씨의 딸 박서현(2)양도 조물조물 떡 반죽으로 모양을 내며 즐거워했다. 연미향마을에서는 우렁이잡기, 화분만들기 등 농촌체험도 병행할 수 있다. 슬로푸드·농촌체험에 점심식사를 포함해 1만~1만5000원선이다.

▶ 문의=031-332-8226


 
콩으로 만드는 장류·청국장·두부

 대표적인 슬로푸드 식재료인 콩으로 음식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쥐눈이콩마을(고양시 원당동)은 약콩이라 불리는 쥐눈이콩(서목태)을 이용해 우리 전통음식을 만드는 체험 공간이다. 쥐눈이콩은 고혈압·당뇨·비만 등 현대인들의 만성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봄에는 전년도 가을 쥐눈이콩으로 만든 메주로 된장·고추장 등 전통장을 담근다. 전통 가마솥으로 만든 두부와 쥐눈이콩 가루를 묻힌 인절미, 우리쌀로 만든 식혜 등 전통음식 만들기도 체험할 수 있다. 체험이 끝나면 마을 옆 식당에서 쥐눈이콩으로 만든 요리와 차를 맛볼 수 있다. 전통음식 체험은 단체(20인 이상)만 신청할 수 있다. 비용은 1회 20만원.

▶ 문의=031-965-5990

 장단콩마을(파주시 군내면)에서도 콩으로 다양한 전통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다. 주요 체험은 두부와 청국장 만들기다. 7~8월에는 장 맛보기 행사가 진행되며, 12~1월에는 장 담그기와 김장을 할 수 있다. 20명 이상 단체일 때 체험할 수 있다. 1인당 1만1000원. 점심식사를 포함한 비용은 1만6000원이다.

▶ 문의=031-953-7600


[사진설명] 연미향마을에서 유한걸(5가운데)군이 엄마 이소희씨에게 직접 만든 장아찌를 먹여주는 모습을 형 한호(9)군이 지켜보고 있다.

<신수연·송정 기자 ssy@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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