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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부정회계' 불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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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뉴욕=신중돈 특파원] 정보통신회사인 월드컴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미국 경제계가 타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 과거의 경영자로서의 전력 때문에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지난 2일 보도했다.

신문은 하켄 에너지의 이사를 지낸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딕 체니 부통령,폴 오닐 재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경영자를 지낸 경력이 있는 부시 행정부의 핵심 각료들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됐다고 3일 보도했다.

우선 부시 대통령은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의 문제제기로 하켄 에너지 중역 시절 내부자 거래 및 부정회계 의혹이 도마에 올라 있다.

부시 대통령은 1989년 하켄 에너지의 주가가 손실 공개로 폭락하기 직전 소유주식 중 3분의 2인 85만달러어치를 매각한 뒤 주식처분 사실을 몇달 뒤에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했다.

당시 SEC는 부시 대통령의 주식 거래내역을 조사했지만 아무런 조치없이 조사를 종결했다. 당시는 부시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던 때여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에 대해 "내가 한 행동은 완전히 공개되고 철저하게 검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회계조작 등 경영진의 도덕적 일탈 행위에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에 의문을 드리우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꼬집었다.

잇따른 부정회계 사건에 대한 극약처방으로 백악관이 내놓은 무관용 정책도 신뢰도가 갉아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유전서비스 업체 헬리버튼을 경영했던 딕 체니 부통령도 SEC가 98년 체니가 재직하던 시절의 이 회사 회계관행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어 피해나가지 못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알루미늄업체인 알코아 회장을 지낸 폴 오닐 재무장관과 G D 시얼 앤드 제너럴 인스트루먼트를 한때 운영했던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부시 행정부의 다른 각료들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투자자를 기만해 대중의 신뢰를 해친 경영진에 대해서는 추호의 관용도 베풀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자신을 포함해 행정부 내 경영자 출신 각료들의 입지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뉴욕 타임스는 "경영학 석사에다 현장 경험도 있는 부시 대통령의 경영 경력이 처음에는 국정운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정치적 위기를 몰고 올 요인으로 돌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정치평론가 케빈 필립스는 "통상 부정행위는 10~20% 정도만 눈에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 각료들의 경영전력을 정치공세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회계부정에 대한 강경입장을 유지하는 한 정치공세는 절대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회계부정 사건의 여파가 부시 행정부와 백악관에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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