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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꽉 찬 월드컵 결산 기획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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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가슴을 뜨겁게 달군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그동안 월드컵 취재로 밤낮없이 뛰어다녔을 특별취재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원한 경기 장면, 시청 앞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표정 등 생생한 보도 덕분에 경기장이나 거리 응원에 참가하지 않아도 그곳의 후끈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4강전에서 독일에 진 다음날에도 '잘 싸웠다… 독일에 0대1 아쉽게 져, 한국 끝까지 투지 불살라'(26일자 1면) 등 차분한 제목으로 선수와 독자들의 아쉬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

지난주 사설과 칼럼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는 '월드컵 이후'다. '국가 발전을 위해 히딩크 효과를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 확산하는 것을 시작해야 한다'(6월 24일자 사공일 칼럼), '월드컵 에너지를 국력으로 이어가는 것이 남은 과제다'(26일자 2면 사설), '월드컵을 경기장에서 우리 사회 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26일자 6면 노트북을 열며) 등 월드컵의 성과를 어떻게 확산해 나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이번 월드컵이 갖는 의미를 꼼꼼하게 짚어보아야 한다. 월드컵 열기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통해 그와 같은 경험 속에서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붉은 악마의 문화코드' 시리즈(21~29일자)는 그런 의미에서 시의적절했다.'붉은 색', '악마','얼굴 페인팅', '거리응원'이 가진 문화코드를 우리 문화와 전통 속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정신과 의사 3인의 월드컵 열기 진단'(25일자 4면)과 '월드컵 결산 릴레이 좌담'(28, 29일자 8면)도 사실 전달 차원을 넘어 월드컵의 의미를 해석해주는 뜻깊은 기획이었다. "'우리는 안돼'란 엽전 사상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쪽으로 두뇌 회로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분석했고, 우리 국민의 자율적인 힘을 보여준 월드컵 축제는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를 품에 안는 계기가 되었다고 좌담자들은 평가했다.

이런 의미 해석 작업 이상으로 언론이 해야 할 일이 바로 월드컵 에너지를 이어갈 의제의 설정이다. 언론이 특정한 이슈를 중요한 것으로 강조해 부각할 경우 독자들은 그런 이슈를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게 된다. 이같은 의제설정 효과는 월드컵 이후의 문제를 언론이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를 시사한다. 공중의 의제를 설정해 월드컵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힘이 언론에 있다는 얘기다.

'월드컵 D-50' 시리즈 등으로 월드컵을 국가적 의제로 부각한 것처럼 신문은 월드컵 이후 우리가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의제를 설정해 국민의 에너지를 모아나가는 일을 담당해 주어야 한다. 아쉽게도 지난주 중앙일보에는 새로운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은 있어도 어떤 의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제시하는 기획은 없었다.

기획기사와 함께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본다. BBB(휴대전화를 통한 언어문화봉사단)운동을 전개했던 것처럼 '연고주의 청산', '정직한 한국인' 등 월드컵 열기를 모아 우리 사회를 개혁할 캠페인을 벌인다면 신문의 몫을 톡톡히 수행할 수 있으리라 본다. 월드컵 기간에 "우리 국민에게 밝고 건강한 동기 부여만 해준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27일자 시론)한 만큼 언론이 동기 부여의 역할을 맡는다면 우리 국민은 월드컵 기간에 보여준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 동안 우리 국민이 저력을 보여주었듯 월드컵 이후는 언론이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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