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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잉리솔라의 월드컵 경제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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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잉리솔라는 중국 허베이(河北)성 바오딩(保定)에 본부를 둔 태양광 전문 기업이다. 태양전지 분야 중국 제2위, 세계 5위로 2007년 6월 뉴욕증권래소(NYSE)에 상장됐다. 잉리솔라가 막대한 찬조금을 내고 월드컵에 출전한 이유는 분명했다. “제품이 독일·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그리스·미국·한국 등 축구 강국에 수출되기 때문”이라는 게 수석재무관(CFO) 리종웨이의 설명이다. 잉리솔라에게 월드컵은 최적의 타깃 마케팅 장소였던 셈이다.

그는 ‘월드컵 효과’에 싱글벙글이다. 6월 7일 8.41달러였던 잉리솔라 주가는 지난 주말 12.4달러를 기록했다. 월드컵 기간 중 47.4% 오른 셈. 같은 기간 다우지수가 약 2% 상승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월드컵 때 주문도 몰렸단다. 6월 말 현재 주문량은 4기가와트 규모로 연간 생산능력의 2.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잉리솔라야말로 이번 월드컵의 최대 수혜 기업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잉리솔라뿐만 아니다. 선텍파워(우시상더·無錫尙德), LDK 등을 포함해 9개의 중국 태양광 전문기업이 뉴욕 증시에 상장돼 있다. 세계 10대 태양전지 업체 중 4개가 중국 회사이고, 이들이 세계 시장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전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기술적으로도 중국은 햇볕의 수집에서 배전에 이르는 태양광 관련 일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태양광 강국’이다.

‘도약(leap-frog)’이었다. 중국은 전통 산업분야에서는 선진국 기술을 추격(catch-up)하지만 신종 산업에서는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일약 세계 최고 수준으로 뛰어 오른다. 전기자동차업계의 BYD, 지난해 11월 뉴욕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줄기세포) 전문업체 차이나코드블러드, 4세대 통신설비 분야 화웨이(華爲) 등이 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해외에서 돌아온 과학기술 유학생들이 기술개발에 앞장섰고, 자금력이 풍부한 민간기업가들이 창업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국가가 ‘나 몰라’라 할 리 없다. 정부는 2000년대 들어 ‘태양광 키우기’에 나섰다. 다른 사영(私營)기업이 국유 은행의 싸늘한 외면을 받았어도 태양광 업체는 따뜻한 지원을 받았다. 국가개발은행이 지난 9일 잉리솔라에 시설확대 자금 53억 달러를 긴급 대출한 게 이를 보여준다. 우리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태앙광에 과감히 투자했고, 그 결과가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난 것이다. 중국 팀은 없었지만 또 다른 중국의 모습에 주목해야 했던 월드컵이었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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