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켈리 교육부 장관은 '오푸스 데이' 회원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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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영국의 루스 켈리(36) 교육부 장관이 '오푸스 데이(Opus Dei)' 회원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모의 켈리 장관은 지난 16일 부분 개각에서 최연소 여성 장관에 올라 화제가 됐던 재선 의원이다. 그런데 장관 취임 직후인 19일 메일 온 선데이가 "켈리 장관은 오푸스 데이 회원"이라고 보도했다.

켈리 장관은 침묵하고 있다. 이후 더 타임스와 파이낸셜 타임스 등 권위지가 이를 확인해 보도하면서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종교적으로 치우친 신념이 국가 정책 수립을 왜곡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일부 대중지는 "2009년 켈리를 총리로 만들려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까지 소개하고 있다.

'오푸스 데이'는 베스트셀러 추리소설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저)를 통해 알려진 가톨릭 내부 조직이다. 오푸스 데이는 '하느님의 사업'이란 뜻. 소설에서는 살인까지 저지르는 극단적인 비밀 결사로 묘사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로마 교황청에서 인정한 단체다. 종교적 가르침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보수적이며 복음 전파를 중시한다. 신자들은 매일 미사를 올리며, 일부는 아직도 말총으로 만든 속옷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1928년 스페인의 호세마리아 에스크리바 신부가 창설했다. 당시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 장군과 측근들이 회원이었던 것으로 소문나면서 '비밀 극우 가톨릭 엘리트 조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8만4000여명의 회원이 있으며 한국에도 모임(www.opusdei.or.kr)이 있다.

그런데도 영국에서 논란이 심각한 것은 교육부 장관이 교육과 과학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중책이기 때문이다. 켈리 장관은 의정활동 과정에서 종교적 신념을 확실히 해왔다. 피임.낙태.안락사 등에는 당연히 반대한다. 인간 배아를 이용한 생명공학 관련 연구에도 절대 반대다. 영국 정부는 생명공학을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으로 육성해왔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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