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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창작기금 받는 용접공 시인 시집 『눈물은 푸르다』 펴낸 최종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노동자 시인 최종천(48)씨가 27일 창작과비평사가 운영하는 2002년 제 20회 신동엽창작기금 수혜자로 선정됐다.

崔씨는 지난 3월 등단 16년 만에 낸 첫 시집 『눈물은 푸르다』(시와 시학사)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창작기금 1천만원을 받는 영광을 안았다.

崔씨는 "신동엽 시인의 정신을 높게 생각하는 나에겐 참 기쁜 상"이라며 "더 좋은 시를 써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감이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르지만 그는 한달 평균 15일 가량 용접을 해 생계를 꾸린다. 일자리가 생기면 전국 어디든지 간다. 요즘은 충북 진천에서 일하고 있다. 하루 일당은 8만원 가량.

崔씨는 짬이 날 때마다 시를 쓴다.

"창작 지원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묻자 그는 "일년 동안 놀면서 책이나 읽고 산문도 한번 써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눈물은 푸른색을 띠고 있다/멍을 우러낸 것이기 때문이다/열린 눈의 막막함/약속의 허망함/우리는 지난 세월을 증오(憎)에 투자(投資)했다/거기서 나온 이익으로/쾌락을 늘리고/문득 혐오 속에서 누군가를 기억한다."('눈물은 푸르다' 중에서)

崔씨는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년간 정신없이 뛰었다.

그는 전남 장성군 상서면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열일곱살 때 무작정 상경했다. 이후 구두닦이·중국집 배달원 등을 닥치는대로 했고, 1972년부터 용접공으로 일했다. 그 틈틈이 자취방에 누워 혼자 책을 읽고 '낙서'(시 짓는 것을 지칭)를 해가며 밥이 채워주지 못한 허기를 달랬다. 그 낙서를 이제서야 사람들에게 드러낸 것이다.

"따지고 보면 노동자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내 시를 유별나게 노동시라고 부르는 건 달갑지 않아요."

구릿빛 근육질처럼 당당한 그는 "소재 말고 작품에 반영된 정신의 깊이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사를 맡은 평론가 구중서씨는 "그의 시에는 80년대식의 이념 지향적 소영웅주의가 전혀 없다. 원목 같은 순수함과 생명력이 있다. 감각적 조작 없이 시가 된다는 점에서 그의 시 정신은 신동엽에 가깝다"고 평했다.

82년 제정된 신동엽창작기금은 그동안 소설가 이문구·김성동씨, 시인 도종환·김남주·곽재구씨 등 역량있는 문인들이 받았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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