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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맨' 송종국 진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경기는 패했지만 한국 대표팀의 오른쪽 윙백으로 나선 송종국의 활약은 언제나처럼 믿음직스러웠다. 이날은 특히 공·수를 넘나들며 전반 중반 이후 체력 저하로 기동력이 떨어진 대표팀에 활력소가 됐다. 송종국은 독일의 왼쪽 측면 침투를 막는 임무를 부여받았다.1m89㎝의 장신 미드필더 마르코 보데와 자신(1m75㎝)보다 18㎝나 큰 신장 1m93㎝의 크리스토프 메첼더를 막는 쉽지 않은 임무였다.

하지만 송종국의 평점은 최고의 점수를 줄 만했다. 덩치 큰 독일의 왼쪽 측면 공격수들이 송종국의 찰거머리 같은 수비에 막혀 좀처럼 크로스를 날릴 기회를 찾지 못했다.

송종국은 공격에도 한몫했다. 양팀 모두 체력을 소진하며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0-0 균형을 이어가던 후반 27분, 공격에 가담한 송종국은 독일 페널티 박스 오른쪽 정면으로 파고들어가 특유의 중거리슛을 날렸다. 20m는 족히 넘는 거리였지만 공은 빨랫줄처럼 독일 문전을 향했고 독일 수문장 올리버 칸은 넘어지면서 가까스로 슛을 막아냈다.

박지성(21·교토퍼플상가)의 활약도 대단했다.

타고난 체력과 부지런함 덕분에 폴란드·이탈리아 등 체력이 좋은 유럽팀과의 경기에서 항상 두몫을 해냈다.

지난달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멋진 헤딩골을 기록하며 득점포를 본격 가동한 그는 프랑스전에서 또 한골, 지난 14일 포르투갈전에서 다시 득점을 올리는 등 강팀만 만나면 펄펄 날아 '유럽 킬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월드컵에서 빛을 발했고,명장의 선택에 많은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면서 그는 끝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이날 종료 직전 회심의 강슛이 골문을 벗어난 아쉬움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큰 활약을 보였지만 독일전 마지막 슈팅이 무엇보다 가슴에 남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스물한살일 뿐이다. 다음 월드컵에서는 그가 환희의 눈물을 뿌릴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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