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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엉성한 특허출원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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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도 최선을 다해 돕고 있는데 이런 보도가 나가면 황 교수와 정부의 관계만 껄끄러워집니다."

지난 27일 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본지가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수의학)가 국제특허출원 비용이 없어 최악의 경우 외국에 특허권을 넘겨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치고는 실망스러운 언급이었다. 마땅히 정책이나 제도적인 문제점은 없었는지 돌아보는 태도를 보여야 했다. 이번 취재는 정부로부터 그렇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황 교수조차 특허 관련 비용 몇 억원 때문에 고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고, 끝내는 정부의 특허 출원 지원 제도가 허점 투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연구결과가 실용화되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리는 대부분의 생명공학 연구자들에겐 그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과기부 측은 정부 지원 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예산에 간접비로 특허 관련 비용을 신청할 수 있다며 현행 제도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생명공학 등 기초과학 연구자들도 특허 관련 예산을 충분히 배정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또 정부는 '최고과학자 프로그램'을 이용해 도울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수혜자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 매번 예외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생각이 아니라면 관련 규정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이 기회에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선 대학과 연구소가 특허 관련 절차와 비용을 전담하고 있다. 우리는 국립대학들조차 그런 제도가 없다. 단계적으로 국제감각이 있는 전문변리사 풀을 갖추고 상담해주거나, 연구자와 해외 전문변리사들을 연계해 주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황 교수의 특허 출원비는 6억원이란 큰돈을 조건 없이 쾌척한 익명 독지가를 비롯, 할머니와 촌부에 이르는 많은 이들의 후원으로 해결됐다. 하지만 무명의 과학자들은 오늘도 연구실을 벗어나 특허출원 비용 마련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정부 당국자는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수 정책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