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수익 증가에 주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의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탄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짐 오닐(사진)은 "미국기업들보다 한국기업들의 수익 증가 폭이 훨씬 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오닐은 24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기관투자가들이 한국 등 신흥시장을 바라보는 태도가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최근 아시아 지역으로 펀드 자금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데 이는 세계경제 구조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사례라는 것. 그는 또 향후 아시아는 세계 투자가들의 투자대상으로 더욱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지난해 9월 미국 테러사건 이후 한국 증시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크게 상승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경제가 건실한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투자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 증시가 조정받고 있지만 조만간 미국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닐은 특히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성공적인 경제 개혁으로 현재 성장 궤도에 진입한 반면 일본 경제정책은 사실상 교착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미국 가계소비가 죽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더블 딥(double dip·이중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요컨대 미국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디지만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그는 "올해 미 경제는 2~3% 성장할 것"이라며 "미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타려면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좋게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도 미국 주가가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비해 높기 때문에 미 증시 침체는 좀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닐은 "미 주가는 연말로 갈수록 조금씩 오르겠지만 현재의 고평가 논란을 불식시키지 못하는 한 큰 폭의 반등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지난 5월 '월드컵과 경제'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경제가 튼튼한 나라일수록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낸다"고 주장해 관심을 끌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고 그는 말했다. 예컨대 전체 32개 참가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GDP의 80%를 차지했고, 그동안 축구실력에서 약체로 분류돼온 경제강국 미국·일본이 16강에 합류했다는 것.

그는 특히 "예상하지 못했던 한국·터키의 4강 진출은 향후 세계 경제의 축이 신흥시장 국가로 조금씩 이동하는 긍정적인 조짐"이라고 해석했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