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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도 신용카드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정치자금을 이제는 신용카드로 받고 지출도 신용카드로 하자."

여신금융협회 유종섭(64)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제안을 해 관심을 끌었다. 외환은행 상무·외환카드 사장을 지낸 회장은 2000년 9월부터 카드·할부금융·리스사들로 구성된 여신금융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카드 빚이 낳은 여러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지만 신용카드는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정치자금도 신용카드로 주고받는 방안을 추진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회의원들이 카드사 가맹점으로 가입하면 가맹점 수수료를 평균(2.5% 수준)의 절반 이하인 1%대로 낮게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회장은 "정치자금은 속성상 은밀하게 이뤄지기 쉬운데 신용카드로 주고받으면 주는 사람도 떳떳하고 받는 사람도 당당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부정·부패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참여연대 박원석 시민권리국장은 "우리의 정치자금 수수 관행이 워낙 음성적이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반대할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 국회의원은 "지금도 영수증 처리를 꼬박꼬박 하고 있으므로 번거롭기만 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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