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自爆 마음 돌리고 자수한 팔 여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누구도 남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없다는 가르침이 떠올랐지요."

지난달 2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의 작은 마을 리숀 레지온.

아리엔 아메드(20·여·사진). 꽃다운 나이의 베들레헴대학 경영학도는 마케팅 수업을 빼먹고 배낭을 멨다. 낡은 승용차에 올라탄 그는 몇시간 뒤 이스라엘 도시에 내렸다.

잔뜩 신경이 곤두선 아메드가 보행자도로 위에서 문득 쳐다본 하늘은 너무 파랬다. 거리에서 뛰어노는 이스라엘 아이들은 사랑하는 연인을 앗아간 원수가 아니었다.

배낭 속의 폭탄과 연결된 뇌관버튼을 움켜줬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등을 돌려 이스라엘군 초소로 찾아가 자수한 그는 투옥됐다.

아메드는 지난 21일 감옥으로 찾아온 미국 뉴욕 타임스 기자에게 "내가 과연 옳은 일을 하려는 것인지, 날 기다리는 것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마스나 지하드 같은 이슬람 무장조직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던 기독교도인 그는 지난 3월 이스라엘군의 베들레헴 침공으로 약혼자 자드 살렘이 사망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 파타당 계열조직 탄짐의 지도자였던 약혼자는 교전 중 사살됐다.

수개월간 고민 끝에 찾은 조직은 그에게 폭탄가방을 건네며 "천국에서 살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의 삼촌 오메르 샤이바트의 어린 시절 가르침이 떠올랐다.

생후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읜 자신을 키워준 삼촌은 언제나 "선량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죽고 있다. 어느 쪽도 생명을 해칠 권리는 없다"고 가르쳤던 것이다. 중동에서는 지난 1월 최초의 여성 자폭테러범이 나온 이후 3명의 팔레스타인 여성이 폭탄과 함께 숨졌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