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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의 애정으로 본 일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일본 사회와 문화를 소개하는 책은 이미 수십권 나와 있다. 한권이 더 나왔다고 해서 소개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있다.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썼으니까. 자격? 저자는 1970년대 중반 일본 메이지대에서 공부한 뒤 일본 대사관 3등서기관을 시작으로 요코하마·후쿠오카 총영사를 지낸 일본통이다. 현직은 로마 교황청 대사. 『일본은 있다』『일본인과 에로스』 『일본인과 천황』 등 저서를 냈다.

애정과 객관성? 편견을 벗고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집필의도가 애정이며, 이를 객관적인 서술을 통해 달성하려 했다. 책에서 다룬 것은 일본의 사회·가정·청소년 문제들이다.

특이한 사건을 소개한 뒤에는 항상 이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통계를 제시했다. 지난해 문제가 된 새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은 전국의 중학교 중 0.1%에 불과했다는 점, 고등학교 3학년생의 성경험률이 남자 37%, 여자 39%라는 점 등의 구체적인 통계가 그렇다.

잘 소개되지 않던 사실도 눈에 띈다.고교 국어교과서에 윤동주의 '서시''별헤는 밤' 등의 시와 그의 짧은 생애를 기리는 글이 19쪽에 걸쳐 실려 있으며 일본인이 새로 발견한 소행성에 '세종'이란 이름을 붙여 한국 이름을 가진 최초의 소행성이 됐다는 내용 등이다. '씨없는 수박은 우장춘 박사가 개발했다'는 우리의 학창시절 지식이 허위라는 지적은 충격적이다.

일본의 생물학자 기하라 히토시 박사 연구팀이 40년대 중반에 개발했으며 우박사는 국내에서 이를 재배하는데 성공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박사가 세계적인 육종학자로서 그의 학위 논문 '종의 합성'은 '우의 삼각형'이라는 이름으로 전세계의 육종학 교과서에 예외없이 실려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미혼모가 많은 일본에는 해외입양이 없지만 종교대국 한국에선 연간 2천여명의 어린이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는 지적도 아프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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