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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달린 독일 위에 … 쉼 없이 패스한 스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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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스페인이 독일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올랐다. 8일(한국시간) 남아공 더반 모저스마비다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남아공 월드컵 준결승에서 스페인은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 골 차 승리였지만 경기 내용은 스페인의 압승이었다.

스페인의 카를레스 푸욜(사진·가운데)이 독일전 결승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더반·베를린 AFP·로이터=연합뉴스]

◆점유율 싸움의 승리=51대 49. 기록상 스페인의 점유율은 독일에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기록은 숫자에 불과하다. 스페인이 공을 보유한 지역은 대부분 독일 진영이었다. 독일은 스페인의 압박을 풀지 못해 스페인 진영으로 넘어가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볼은 대부분 독일 진영에서 돌고 돌았다.

볼을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찬스를 만들 수 있다. 동시에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정교하면서도 지속적인 패스를 통해 볼을 지켰다. 요아힘 뢰프 독일 감독은 “스페인은 볼을 너무 잘 돌렸다. 우리는 볼을 쫓아갈 수밖에 없었다”며 완패를 시인했다. 뢰프 감독은 이어 “스페인이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의 승리=590대 441. 스페인의 우위가 확실히 드러난 패스 기록이다. 패스는 독일을 무너뜨린 스페인의 무기였다. 한 경기에서 패스 개수의 차이가 150개에 이르면 한쪽의 일방적인 경기나 다름없다. 스페인은 8강까지 5경기 평균 559.4개의 패스를 했다. 독일전에서는 더 많은 패스로 상대를 압박했다. 패스 숫자만 많은 게 아니다. 패스 성공률은 81%에 이른다. 월드컵 참가 32개국 중 유일한 80%대 팀이다. 패스 거리에 상관없이 패스의 정확도가 높았다. 숏패스 성공률이 81%, 중간 거리 패스 성공률은 85%나 됐다. 롱패스도 64.5%에 이르러 거리를 가리지 않는 정확한 패스로 상대를 쉴 새 없이 위협했다.

현대축구에서 중요한 지표로 삼는 선수들의 질주 거리에서 스페인은 이번 대회 3위였다. 준결승 상대 독일이 스페인보다 많이 뛰었다. 하지만 볼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뛴 거리는 단연 1위였다. 공을 가지고 경기를 주도한 스페인의 경기패턴을 잘 보여준다.

독일의 저항이 거셌지만 지속적인 패스를 통해 독일 수비라인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거리응원을 하던 독일 팬들이 독일의 실점 순간 실망하는 모습. [더반·베를린 AFP·로이터=연합뉴스]

◆실수를 기다린 독일의 실수=결국 코너킥 상황에서 결승골이 터졌다. 후반 28분 사비가 올린 코너킥을 수비수 카를레스 푸욜(이상 바르셀로나)이 강력한 헤딩으로 독일의 골그물을 흔들었다. 스페인의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독일을 맞아 최선의 전술을 고민했고 최적의 방법을 찾아 승리했다. 우리는 경기 내내 볼을 소유했다. 선수들이 가장 멋진 방법으로 지시를 잘 따라줬다”고 평가했다.

독일은 경기 내내 움츠러들었다. 스페인의 실수만 보이면 곧바로 역습을 통해 공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의 패싱 플레이는 완벽했다. 독일에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8강까지 경기당 15.8개의 슈팅을 날린 독일의 이날 슈팅 수는 5개에 불과했다. 미드필드에서 좀 더 적극적인 방어선을 치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스페인의 결승전 상대는 네덜란드다. 대망의 결승전은 12일 오전 3시반(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다.

더반=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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