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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업체 충격 적을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미국 정부가 최근 D램업계의 가격 담합 여부를 가리기 위한 조사에 나서자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곤두박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일 전날보다 2.15% 떨어져 34만1천원으로 장을 마쳤다. 조사 소식이 알려진 19일 이후 이틀간 6%나 빠졌다. 하이닉스는 19일 13.4% 하락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선 세계 2위의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전날보다 15% 하락한 20.08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4위인 독일 인피니온은 이날 7.7% 하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가 D램 업체들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19일 D램 업체들의 마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반도체 업계에 대한 조사가 성과없이 끝날 것이라고 논평했다.

◇왜 조사에 나섰나=이번 조사는 D램 업계와 PC업계의 기세 싸움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PC업계가 D램업계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그동안 PC업계는 PC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있는 데도 반도체 고정거래(장기납품)가격은 턱없이 높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예컨대 128메가 SD램 기준으로 지난해만 해도 고정거래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15% 가량 높았다. 그러나 현재 고정거래 가격은 3~3.5달러로 현물가격(약 2.2달러)에 비해 30~40% 높다.

게다가 지난해 말 이후 반도체값이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11월 초 1달러에 불과했던 고정거래가격(128메가 SD램 기준)이 지난 3월 5달러까지 치솟았다. PC업계로선 그만큼 비용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결국 D램업계가 생산량을 줄여 가격 급등을 유도했다고 본 PC업계가 미정부에 제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동원경제연구소 김성인 연구원)도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민후식 연구원은 "반도체업체들이 D램가격을 좌지우지하자 PC업계가 음모론을 제기하면서 부품가격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격은 적을 듯=이번 조사로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조사를 의뢰한 측이 PC업계여서 가격담합을 했다는 근거자료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퓨처 호라이즌의 말콤 펜 사장은 "반도체 업체들이 지금과 같이 낮은 가격으로 담합을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만약 가격 담합이 있었다면 D램 가격은 현재보다 10배는 높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구희진 연구원은 "그동안 D램업계는 피 말리는 경쟁을 해온 만큼 공조를 통해 가격담합을 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마이크론·하이닉스와는 달리 오히려 D램 생산량을 늘려왔기 때문에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성인 연구원은 "지난해 말 이후 매각협상을 해오면서 감산을 했던 마이크론·하이닉스가 제재를 받으면 삼성전자는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7월 초에 이뤄질 고정거래가격 협상에서 D램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미 당국의 조사와 PC업계의 반발 속에서 반도체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재홍·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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