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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腦개조' 더이상 공상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1848년 미국 버몬트의 철도공사 현장. 마음씨 좋은 젊은 노동자 휘네아스 게이지는 그해 9월 13일 폭발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길이 1m 정도의 쇠파이프가 그의 머리를 관통, 뇌의 왼쪽 전두골 피질 (frontal cortex)까지 뚫고 말았다.

게이지는 병원에서 몇개월 치료받은 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의 성격이 사고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참을성이 없어졌고 늘 불평했으며, 변덕스럽고 주의가 산만해져 실행하지도 못할 유치한 계획을 종종 짜곤 했다.

게이지는 12년 정도 더 살다가 죽었는데 그의 해골은 하버드대 의대에 전시됐다. 그 뒤 무엇이 그의 성격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는지가 밝혀졌는데, 당시 게이지의 뇌를 손상시켰던 쇠파이프는 인간의 감정표현을 조절하는 전두골 피질 상당부분을 파괴했던 것이다.

1950년께까지 우울증이나 정신이상 등의 정신질환을 앓던 환자들은'전두골 백질절제술(frontal lobotomy)'이라는 수술을 받았다. 이것은 환자 감정상태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목적으로 전두골 피질의 상당부분을 제거하는 방법이다.다행히도 지금은 잔인하고 의심스러운 치료는 더 이상 시술되지 않는다.

현재 전두골 피질이나 편도선(amygdala)·시상하부(hypothalamus) 같은 뇌영역에 주는 변화나 자극은 사람들의 행동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고양이나 쥐의 시상하부에 전기적 자극을 주면 매우 공격적인 행동을 나타내는 반면, 격막영역(septal area)에 자극을 주면 사람들은 오르가슴과 같은 매우 유쾌한 기분을 느낀다.

쥐의 격막영역에 전극봉을 이식하고, 쥐 스스로가 버튼을 누르면 그 부분에 전기자극이 와 쾌감을 느끼도록 하는 훈련을 몇차례 반복하자, 이후 쥐는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 동안 버튼 누르는 일만 계속했던 실험 결과도 있었다.

과학 잡지 네이처 최근호에 따르면 뉴욕 주립대의 산지브 탈와 박사는 그런 자체-자극 실험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그는 원격조종되는 무선 전극봉을 쥐의 격막영역, 그리고 오른쪽과 왼쪽 배럴피질(barrel cortex)에 이식했다. 배럴피질은 쥐의 수염으로부터의 신호를 받는 뇌의 한 부분.

이 실험에서 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훈련됐다. 쥐의 오른쪽 배럴피질에 자극을 주었을 때 오른쪽으로 돌면 격막영역에 쾌감 자극을 주고, 같은 방법으로 왼쪽 배럴피질에 자극을 주었을 때 왼쪽으로 돌면 같은 쾌감 자극을 주었다. 탈와 박사는 그의 지시에 따라 쥐가 올바르게 반응했을 때 쾌감 자극을 줌으로써 쥐를 '살아있는 로봇'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는 쥐 폭탄으로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일들이 과연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까. 실제 기술적으로 인간의 격막영역을 선택적으로 자극해 사람들의 행동을 컨트롤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윤리적 문제가 남았을 뿐이다. 만약 미래의 어느 독재정부가 새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의 뇌에 전극봉을 꽂아두고 어렸을 때부터 그들을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시킨다면, 후에 정부의 의지대로 전 시민을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과학기술력을 고려해본다면 이것이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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