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승리에 굶주려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탈리아전 승리는 연장전까지 치르며 체력소모가 극심했던 대표선수들의 피로를 싹 가시게 만든 묘약이었다.

19일 오후 회복훈련을 위해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나타난 선수들은 전날 1백17분의 격전을 치른 탓인지 몸놀림이 그리 가벼워 보이지 않았으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다. 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한 승자의 여유도 느껴졌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금 대표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가능한 한 빨리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라며 "선수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훈련 양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18일 언론 인터뷰를 사절했던 안정환은 "전반 페널티킥을 실축한 후 연장 역전골을 뽑기 전까지 속으로 울면서 뛰었다"며 "어제의 승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정신적으로 너무 다운됐다가 (골을 넣은 후)올라갔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러닝에 이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이탈리아전 풀타임을 소화해 체력 소모가 심한 선수들과 교체투입, 또는 벤치를 지킨 선수들로 팀을 나누어 따로 훈련했다.

체력소모가 심했던 그룹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가볍게 몸만 풀고 휴식을 취했다. 전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쪽은 한시간 가까이 미니 게임을 하며 몸만들기에 열중했다.

이날 훈련에는 이탈리아전에서 부상한 김태영과 김남일은 참가하지 않았다. 몸싸움을 하다 코뼈가 주저앉은 김태영은 19일 새벽 국소마취 후 무너진 코뼈를 세우는 간단한 수술을 받았다. 스페인전에 출전해야 할 경우 코뼈를 보호하는 프로텍터를 착용할 전망이다. 발목을 접질린 김남일은 진단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회복 속도를 지켜보며 재활훈련을 받아야 하지만 스페인전 출전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대표팀 숙소인 스파피아 호텔 주변은 19일 새벽까지 호텔 입구에 진을 치고 "대한민국"을 외쳐대는 수백명의 열성 축구팬들로 몸살을 앓았다. 믹스트존 인터뷰 직후 숙소로 직행한 선수들은 늦은 저녁을 들고 8강 진출을 자축하며 맥주 한캔씩을 마셨다.히딩크 감독은 오전 1시까지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 응했기 때문에 숙소에서 선수들을 만나지는 못했다.

대표팀은 당초 20일 8강전 장소인 광주로 이동할 예정이었으나 숙소와 연습장이 마땅치 않아 20일까지 대전에서 훈련한 후 21일 광주로 이동할 계획이다.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도 대표팀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흰색 상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 8강전 홈-원정팀 분류 결과 스페인이 홈팀으로 정해져 한국대표팀은 보조 유니폼을 착용하게 된다.

대표팀은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 흰색 유니폼을 입고 나가 4-1로 대승했고, 포르투갈·이탈리아전에서도 흰색 유니폼을 입었다.

대전=신준봉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