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1966'섹션 伊 "기죽이기"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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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안정환의 골든골로 한국의 승리가 결정되자 대전 월드컵경기장은 붉은 물결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4만여명의 응원단이 모두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을 줄 몰랐다. 응원단은 후반 막판까지 0-1로 리드당하자 실망하는 표정도 보였으나 설기현의 동점골에 이어 안정환의 골든골이 터지면서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연장 후반 12분 터진 안정환의 헤딩 결승골이 월드컵 본선 사상 세번째 골든골로 기록됐다. 연장전에서 골을 먼저 넣는 팀이 승리하는 골든골 제도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처음 채택됐고, 당시 16강에서 파라과이와 맞붙은 프랑스가 연장전에서 로랑 블랑이 사상 첫 골든골을 성공시켰다.두번째 골든골은 이번 대회 세네갈-스웨덴의 16강전에서 세네갈의 앙리 카마라가 연장 전반 14분에 터뜨렸다.

○…조반니 트라파토니 이탈리아 감독이 경기내내 심판판정에 불만스러운 듯 신경질적인 반응.트라파토니 감독은 경기 중 시종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작전을 지시하다가도 심판이 이탈리아 선수에게 파울을 선언하면 바닥에 있던 물병을 걷어 차는 등 과민반응을 보였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연장 전반 토티가 시뮬레이션에 따른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하자 본부석으로 달려가 벽을 치며 소리치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라운드 앞까지 나와 선수들을 격려하다 안정환의 골든골로 패배가 확정되자 망연한듯 머리를 감싼 채 고개를 숙였다.

○…이탈리아의 신경전은 경기 전부터 뜨거웠다. 이탈리아 선수단과 기자들은 한국이 홈어드밴티지를 너무 누린다고 불평했다. 선수단은 특히 전날 붉은 악마 회원들이 응원좌석에 'AGAIN 1966'이라는 카드섹션 준비를 한 것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처사라고 FIFA 측에 항의했다.

이탈리아팀 관계자는 "경기 당일도 아닌 전날 관중이 응원준비를 위해 경기장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FIFA 측으로부터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대답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취재진 역시 이 문제를 거론했다. 민영 메디아세트 방송사의 롱기 브르노 기자는 "월드컵을 여섯번째 취재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본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가 이탈리아 선수들의 기를 죽이기 위해 이런 일을 묵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월드컵경기장 안전통제본부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분위기에 이게 기삿거리냐"며 "원칙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이탈리아와의 16강 경기가 열린 대전월드컵경기장에는 플래시 응원이 등장했다. 4만여 관중석을 붉게 물들인 관중들은 경기 전부터 "대한민국"이라는 함성과 함께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응원열기를 더했다.선수단이 소개되자 북쪽 관중석에서는 붉은 악마 응원단이 미리 준비한 'AGAIN 1966'이라고 씌인 흰색 카드색션을 선보였다.

○…이날 경기장 본부석 맞은 편 응원석 앞부분에는 각양각색의 태극기 16개와 '대한민국'이라는 도장이 찍힌 깃발이 걸렸다. 또 'HIDDINK FOR PRESIDENT(히딩크를 대통령으로)'라는 애교넘치는 플래카드도 눈길을 끌었다. 붉은 악마응원단 쪽에는 '지옥으로 가는 문!!! 거인의 무덤!!! 코리아 5:0 이탈리아'라는 이탈리아어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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