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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를 잊고 나를 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절로 가는 마음은 아름답다. 일상의 번잡함을 떨쳐버리고 잠시나마 '나의 삶이 이런 모습이 아닐텐데'라고 고민하는 그 마음은 향상심(向上心)이기 때문이다. 그럴진대 짧은 시간 '출가'를 다짐하는 마음의 아름다움이야….

사하촌을 지나며 그간 도시생활에서 낀 때를, 그리고 돈과 명예에 대한 집착을 잠시 놓아버리겠다고 다짐해 보자. 그리고 일주문 아래에 서서 흐트러진 맘을 다잡으면 그 문은 곧 부처님의 세계로 안내한다.

스님의 움직임을 눈여겨 살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 공부가 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발자국을 남겼는데도 이튿날 새벽이면 언제 사람들이 왔나 싶게 깨끗하게 쓸어놓는 스님들의 부지런함과 정갈함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 스님들이 채소밭에서 울력을 통해 정진하는 모습은 노동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삶을 관조하는 여유를 갖게 한다. 선방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나의 참모습에 천착하는 것은 육체적으로는 무척 힘들지라도 뿌듯함을 안겨 준다.

이것 저것 다 접어두고 소리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큰 공부가 된다. 바람소리, 물소리, 예불소리, 사물(범종·법고·목어·운판)소리, 목탁소리 등등. 모두가 도심에서는 좀처럼 얻기 힘든 새로운 경험이다.

특히 바람을 받아 우는 풍경 소리는 듣기에 따라서 처량할지도 모르지만, 바람이 있을 때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어나는 그 소리를 잡으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세상사는 저 멀리 나앉는다.

영겁의 세월 속에 지금 이 삶은 한숨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극히 겸허한 마음이 일어난다.

평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출가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사찰수련회가 7~8월에 걸쳐 전국의 주요 사찰에서 열린다. 해인사·송광사·통도사 등 유명 사찰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알려진 절이면 모두가 준비하고 있다. 어른만 아니라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수두룩하다.

조계종이 8월 9일까지 운영하는 사찰수련회정보센터(www.pogyo.org, 02-720-1097)를 통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프로그램을 골라 여름 휴가를 뜻깊게 보낼 수 있다. 올해 각 사찰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3만여명이다.

월드컵을 맞아 외국인에게 한국전통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만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과 그 인프라를 응용하고 활용할 계획이어서 올해 사찰수련회는 예년보다 더 풍성하고 알차다. 주5일 근무제 정착을 앞두고 일반 시민들에게 늘어난 여가를 알차게 보낼 기회를 부여하려는 불교계의 노력이 엿보인다.

올해 사찰수련회의 특징은 예불과 강의· 참선· 암자 순례 등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테마가 있다는 점이다.

아직 프로그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해남 대둔사의 경우 '새벽숲길'이라는 주제를 고려 중이다. 이 절에서는 또 수련회와 별도로 매월 첫째·셋째 주말에 주말수련회를 상설 운영한다.

경기도 화성 용주사는 효(孝)를 주제로 한 수련회를 준비 중이며, 경주 골굴사는 선무도를 택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다 달라도 일정의 큰 틀은 비슷하다. 새벽 3~4시에 목탁소리에 눈을 뜨고 세속의 번뇌를 버리기 위한 1백8배, 불경 염송, 발우공양, 육체노동인 울력, 화두를 잡는 참선 수행은 기본이다. 취침은 대략 밤 11시쯤 한다.

사찰수련회를 더욱 알차게 보내기를 원하는 이들은 조계종이 펴낸 '참나를 찾아가는 수행'을 참고하는 게 좋다. 절집의 예절, 부처님의 생애, 불교 기초 교리, 수행법, 사찰 곳곳에 담긴 깊은 뜻 등을 쉽게 풀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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