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대표팀처럼 자녀 독서교육도 기본에 충실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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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16강 진출에 상관없이 우리 축구 대표팀의 실력이 눈부시게 향상된 것은 분명하다. 이는 기본을 충실히 한 덕분인 바, 바람직한 독서 교육을 위해서도 커다란 암시를 준다. 무엇보다 관련 주체들이 서로 의견을 나눠 보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 다음의 대화들 가운데 자신의 의견과 가까운 쪽은?

1.학부모들의 대화

A=논술고사와 심층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아니 유치원 때부터 특별히 독서교육을 해야 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서둘러라.

B=천만의 말씀. 그러니 초등학교 때는 영재아, 중학교 때는 보통아, 고등학교 때는 지진아가 된다. 그나마'문제아'가 되지 않으면 다행인 셈이다. 독서 교육 역시 빠르다고 항상 좋지는 않다.

2.명망가들의 대화

A=청소년들은 책을 무조건 많이 읽으면 된다. 좋은 책, 나쁜 책이 어디 있는가. 많이 읽다 보면 무엇이 좋은 책인지도 스스로 다 깨우치게 된다. 나도 그랬다.

B=글쎄. 그것은 소수에 해당하는 얘기일 뿐이다. 적어도 좋은 책과 나쁜 책이 무엇인지 가릴 수 있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런 기회조차 없지 않은가.

3.선생님들의 대화

A=독서 교육은 국어과의 몫이다. 모든 책은 국어로 쓰여 있지 않은가. 국어 교사가 인원도 많지 않은가.

B=아니다. 모든 교과에서 독서 지도를 해야 한다. 독서 능력은 해당 분야의 학습 능력을 뜻하기 때문이다. 독서 지도 없이는 학습 지도도 없다.

4.교육 행정가들의 대화

A=컴퓨터를 가르치면 정보 교육의 핵심을 달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를 열심히 가르치고 공부해야 한다. 독서 교육은 정보 교육과 그리 큰 상관이 없다.

B=컴퓨터는 도구요, 수단일 뿐이다. 정보화 시대의 독서 교육은 정보 교육의 토대로서 새롭게 인식되고 더욱 중시해야 한다.

5.중·고등학생들의 대화

A=책을 읽을 시간이 도대체 없다. 입시 공부하기도 바쁜데 책을 읽으라니 우습다. 독서를 하면 누가 대학에 보내 주나. 결국 좋은 대학 들어가자고 하는 공부 아닌가. 학벌 사회가 혐오스럽지만 부정할 수는 없다.

B=현재의 입시 교육은 학생들의 더듬이를 자르는 교육일 뿐이다. 요행히 대학에 들어갔더라도 제대로 된 인재가 될 수 없다.미래를 위해 중·고교 때 열심히 좋은 책을 많이 읽을 거다.

*최종 확인:다음의 책들을 모두 권하는 쪽은 A와 B 가운데 과연 어느 쪽일까?

『한국의 정원-선비가 거닐던 세계』(허균 지음, 이갑철 사진, 다른세상), 『나는 조선의 옻칠쟁이다』(전용복, 한림미디어), 『우울과 몽상-에드거 앨런 포 소설전집』(포, 하늘연못),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삼국유사 1·2』(고운기 글, 양진 사진, 현암사),『등대』(임철우, 문학과지성사)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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