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서점들과 연계 책 선택 도우미役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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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도서관이 많아져 독자들이 책을 빌려보는 것을 즐기면 작가는 사회에 '무료봉사'해야 하고 출판산업에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이상한 주장을 하는 작가나 출판인이 없지 않다.

그러나 1인당 도서관의 책 구입예산이나 도서 대출부수가 일본에서 최고인 우라야스(浦安)시에서 조사한 한 통계에 따르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본 사람이 도서관을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보다 두배 가까이 책을 구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서관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서점들이 그 기능을 일부 맡아왔다는 특수성이 있다.

문제는 기술의 발달로 인해 등장한 인터넷서점은 무한할인경쟁과 합병을 통해 '바잉파워(buying power)'를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통에 독자들은 할인의 맛에 취해 서점의 존재를 잊어갔고, 자부심 하나로 버티던 서점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다.

1997년 말 5천4백7개에 달하던 서점은 지난해 말 2천6백96개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그나마 올해에는 신문과 방송이 책 소개의 장을 늘리면서 책을 읽자는 사회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람에 서점의 매출이 30~40% 늘어나, 서점들은 '마지막 버티기'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은 도서관 살리기 운동 이상으로 서점 살리기 운동이 시급한 때다. 무엇보다 준정가제 조항이 포함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나는 본다.

물론 서점도 변해야 한다. 서점은 제 발로 찾아온 독자가 '교양주의적'인 양서만 골라 가는 공간이기만 해서는 경쟁력이 없다. 서점들은 책을 단순하게 진열만 하던 것에서 벗어나 적절한 여과과정을 통해 알맞게 진열, 신간을 수시로 안내해주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중앙일보에서 하는 '중앙일보와 함께 하는 행복한 책읽기'에 거는 기대는 그 때문이다. 서평기사에 나왔던 신간을 지역서점의 특별매대와 연계해 효과적인 진열을 할 경우 독자들의 책 선택은 한결 효율적이 될 것이다. 물론 중앙일보 추천도서는 여러 추천도서의 하나일 뿐이다. 또 마지막 선택권은 독자에게 있으니 '선택의 강요'시비는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다. 출판 르네상스의 이 국면에 이 문화 캠페인이 좋은 역할을 하기 바란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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