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계의 신성은 ‘아르간’이다. 1999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르간 나무 열매에서 나오는데, 이 나무는 모로코에서만 자란단다. 프랑스 유기농 브랜드 ‘나뛰렐 도리앙(by 온뜨레)’이 100% 아르간 오일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들어왔다. 여름에도 끈적이지 않고 의외의 보습작용을 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일본 브랜드 ‘하바’에선 향수병에 담은 ‘스쿠알란’ 오일을 선보였다. 스쿠알란이란 스쿠알렌(상어 간유 추출성분)이 물 등과 결합해 분자구조가 포화된 상태를 말한다. 체내의 스쿠알란은 25세 이후 급격히 줄어드는데 이를 발라 피부의 자연치유력을 높이고 노화를 늦춘다는 주장이다.
이들 미용오일은 한 방울씩만 덜어 얼굴 전체에 펴바른다. 입자가 작아 번들거리지 않고 빠르게 흡수된다. 한데 유기농 100%라도 먹을 수는 없다고 한다. “화장품으로 만들기 위해 입자를 잘게 부수는 과정에서 변성이 일어나기 때문”이란 게 DHC연구소 이수경 부장의 설명이다.
수용성 액체로는 ‘아세로라 에센스’가 있다. 제품을 내놓은 DHC는 10년 전 일본에서 건너온 통신판매 브랜드로, 알로에 액과 올리브 오일 등 다양한 100% 성분 화장품을 만들어 신뢰를 쌓았다. 불가리아 유기농 브랜드 ‘알티야 오가닉’은 장미를 증류한 ‘불가리안 로즈 워터’를 들여왔다. 이 회사 홍보담당자는 “토너나 미스트로도 쓰지만, 100% 증류액이라 마셔도 된다”고 자랑했다.
그런가 하면 인체의 줄기세포 배양액을 그대로 담은 제품도 있다. 성체줄기세포 전문기업 ‘닥터쥬크르’에서 내놨다. 질병이나 세균 등 유해요소를 차단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 믿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가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 화장품도 만들어 주는데, 3개월 사용할 수 있는 분량이 500만원이다.
순도 100% 화장품의 효능? 글쎄, 좋다는 주장만 난무할 뿐 과학적으로 효능을 검증해 주는 자료는 없다. 다만 먹는 음식에도 화학재료가 판치는 세상에서 순수한 자연성분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는 있는 듯 하다.
글=이진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