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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권 장세 … 똘똘한 중형주로 뚫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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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세계 증시가 유럽 리스크라는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국내 증시도 답답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박스권을 뚫고 상승할 만한 여력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처럼 방향성 없는 장세에서는 지수보다는 종목에 초점을 맞춘 매매 전략이 유효할 전망이다. 대형주보다는 똘똘한 중형주 전략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중형주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100~300위에 해당하는 종목이다. 연초 이후 중형주는 대형주와 소형주에 비해 성과가 부진했다. 하지만 일부 중형주의 경우 큰 폭의 실적 증가가 예상되는 데다 그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져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증권 김철민 연구원은 “대형주 상승세가 주춤한 반면 중형주의 주가는 바닥권에서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중형주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이 중형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우선 실적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형주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1%나 늘어날 전망이다. 대형주(14.9%)와 소형주(16.1%)의 이익 증가율을 크게 앞지른다. 4분기 이후 실적 둔화세가 예상되는 대형주와 달리 중형주는 하반기에도 2분기 수준의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형주 중에서도 정보기술(IT) 업종의 투자매력이 크다. IT업종 중형주(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76개 종목)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39% 늘어난 5200억원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 김진영 연구원은 “업종 지수가 고점을 형성한 2008년 2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은 2배 이상 늘었지만 지수 상승률은 13%에 불과하다”며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기업이 양호한 실적과 풍부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설비투자 확대에 나서는 것도 중형주에는 호재다. 대기업이 연구개발(R&D) 비중을 높이면서 협력업체나 부품 생산 업체도 수혜를 볼 것이란 얘기다.

국내 중소업체의 강해진 경쟁력도 중형주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국내 중소 부품·소재업체가 금융위기를 겪으며 해외 주요 업체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국내 총수출에서 이들 업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올라갈 때 중형주가 대형주에 비해 나은 수익률을 보였던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투자증권 김정훈 연구원은 “2004년 이후 PER이 올라가는 국면에서는 중형주의 주가 상승폭이 컸다”며 “지난달 MSCI의 한국에 대한 12개월 예상 PER이 상승 쪽으로 돌아선 만큼 중형주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중형주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 전략은 필요하다. 김진영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들어가면 업종별·종목별 차별화가 극대화할 것”이라며 “실적과 수급 부담 등에서 자유로운 종목을 찾아내는 선별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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