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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못 끄는 구의원 선거-'묻지마 투표'가장 심할 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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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6·13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이번 선거에서는 시장과 구청장·시의원·구의원을 동시에 뽑기 때문에 구의원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구의원 선거는 정당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후보들은 가정에 홍보물(시장·구청장·시의원은 정당별 배포)조차 넣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묻지마 투표'가 가장 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구의회는 골목길 민생 해결의 첫 통로이자 구청장의 권력 독점을 감시하는 유일한 기관인 만큼 옥석을 가려 뽑아야 한다.

서울에서는 5백13개 선거구(정원 5백13명)에 모두 1천3백5명이 출마해 평균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1995년 선거 때의 2.37 대 1,98년의 2.46대 1보다 경쟁률이 다소 높아졌다. 선거구는 5백22곳(洞) 가운데 7곳이 통합 조정돼 지난번보다 의원 정수가 7명 줄었다.

◇누가 나왔나=전체 후보자 1천3백5명 가운데 현역 구의원이 2백11명(16%)으로 가장 많았고,상업·건설업·정치인이 뒤를 이었다.특히 무직(45명)이거나 직업을 밝히지 않은 후보(4백90명)가 전체의 40%나 됐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후암동▶원효로 제1동▶한강로 제1동▶중계 제2동 등 네 곳으로 각각 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50대가 43%로 가장 많았고,40대(30%)·60대(17%)·30대(9%) 순이었다.최고령자는 73세의 서초구 잠원동 유원규(劉元奎·73)씨,최연소 출마자는 27세의 관악구 봉천 제5동 손빈환(孫彬煥)씨였다.여성 출마자는 전체의 6%(80명)에 그쳤다.

주목할 만한 점은 출마자 열 명 중 한 명(12%)꼴로 전과기록(1백57명)을 갖고 있었다.이 가운데 74명은 징역형을 살았으며 24명은 전과기록이 두 번이나 있었다.

◇마구잡이 투표 삼가야=구의원 후보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법정선거 비용은 서울시장 후보의 1백분의 1인 2천8백만원이다.

동대문구에 출마한 모(49)후보는 "선거구가 좁은 만큼 비용을 적게 쓰는 것은 당연하지만 2천8백만원으로 전단을 만들고 운동원을 동원하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후보들은 대부분 경로당·시장·골목 등을 돌며 각개전투식 얼굴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대부분 관심을 보이지 않아 과연 후보들의 면면을 뜯어보고 표를 던지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서울대 김동욱(金東旭·행정대학원)교수는 "구청장의 권력 남용과 부정부패를 막는 기관인 구의회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며 "투표하기 전에 반드시 선거 홍보물을 자세히 읽어보고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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