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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大戰 '점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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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신용카드에 대한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플라스틱 버블'을 일으키며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이 때문에 강·절도 등 사회문제까지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기업들은 앞다퉈 카드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말을 들을 정도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전만 해도 영업이익이 신통치 않았던 카드사들이 2000년에는 전년 대비 최고 7백%의 이익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다.

◇대기업의 경쟁적 진출=SK그룹 손길승 회장이 지난 7일 카드사업에 진출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는 등 신규 진출 희망업체들의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카드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SK는 SKT의 011회원 1천6백만명과 SK㈜의 OK캐쉬백 회원 1천8백만명 등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카드칩을 내장한 이동전화기를 이용해 새로운 결제 서비스(M커머스)를 준비 중이다. 하반기에 전북은행 카드 부문을 통해 카드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며,차질이 빚어지면 독자적으로 사업 허가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그룹도 카드사업에 진출할 방침이다.롯데그룹 관계자는 "사업 허가 요건인 금융거래고객 15만명 확보 문제도 최근 롯데캐피탈이 이를 충족해 요건을 대부분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SK·롯데가 카드사업에 뛰어들면 삼성·LG·SK·현대·롯데·동양 등 국내 상위 대기업들이 대부분 발을 들여놓게 되는 셈이다.

LG는 1987년, 삼성은 88년에 진출해 업계 수위를 다투고 있다.

◇은행 카드 부문은 분사 바람=은행들도 돈 되는 카드사업을 강화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 부문을 지난 4일 독립시켜 신한카드로 출범시켰다.홍성균 신한카드 사장은 "현재 2백38만명인 회원을 2006년까지 8백만명으로 늘리고 업계 4위(현재 9위)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서 2월에는 한빛은행과 평화은행 카드 부문이 통합해 우리카드로 등장했다.

조흥은행도 분사 추진단을 만들어 비씨카드 계열인 카드 부문을 연말까지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87년, 외환카드는 88년 카드 부문을 분사했다.

은행들의 카드 부문 분사 바람은 지난해 은행권 전체 이익(6조원)의 43%(2조6천억원)를 이 부문이 차지하자 별도 회사로 떼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듯=도이체방크는 카드사업에 뛰어든 SK그룹을 '다크호스'라고 평가했다. 2천만명을 넘는 기존 고객과 이동전화라는 새로운 결제수단의 위력을 높이 산 것이다. 유통업계의 강자인 롯데의 진출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LG는 이미 재벌그룹의 위력을 보여줬다. 98년까지 각각 13.1%와 11.3%에 불과하던 LG와 삼성카드의 시장점유율은 3년 만에 22.1%와 20.9%로 높아졌다.국민·외환카드를 따돌리고 업계 1,2위로 올라선 상태다.

때문에 사업의 수익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한국 카드시장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카드사들의 조달금리와 대출 등에 적용하는 운용금리의 차이는 2001년에 절정에 달했다"면서 "꿀처럼 달콤한 이익을 누리던 시점은 지났다"고 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앞으로 몇년간은 고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여신전문협회 이보우 상무는 "카드사업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연평균 20% 성장은 가능한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부당 영업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와 경쟁 활성화 정책도 카드사업의 성장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카드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이 2005년 말까지 3년 더 연장되는 등 신용카드 정착을 위한 정책적 배려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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