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미전 알파벳으로 풀어본 관전 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전운이 감돈다. 한-미전을 앞둔 한반도의 풍향계는 '달구벌'을 가리키고 있다. 단순히 16강을 향한 일전을 넘어 미묘한 국민 감정까지 겹쳐지며 사회적인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KOREA-USA)의 알파벳을 풀어 관전 포인트를 체크해보자.

K(knockdown:탈진)-경기가 열리는 시각은 10일 오후 3시30분.대구의 한낮 무더위는 섭씨 30도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사력을 다할 선수들이 폭염을 어떻게 견디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한국은 체력 훈련의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최근 평가전에서 후반 체력 약화를 보였던 미국 수비진은 과연 흔들리지 않을까.

O(optimistic:낙관)-미국의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한국 입성 1호로 "16강 진출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포르투갈을 물리쳐 그의 장담이 허풍만은 아님을 입증했다. 훈련도 오전만 실시하고 오후엔 선수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는 여유를 한껏 부리고 있다.

R(rookie:신예)-양 팀의 '젊은 피' 공격진 대결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국은 스물한살 트리오 이천수·박지성·최태욱이 출격 준비를 마친 상태고, 미국도 약관 20세의 도너번·비즐리 쌍포로 한국 수비진을 흔들 태세다. 이들의 꿈은 이미 더 큰 무대에 가 있는지도 모른다.

E(exchange:교체)-후반 조커로 누가 투입되느냐도 관심거리. 한국은 안정환이 유력한 상태에서 최근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최용수의 '깜짝 발탁'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 형국. 미국은 부상으로 포르투갈전에 나서지 못했던 스트라이커 클린트 매시스가 기용될 가능성이 크다.

A(anti-america:반미)-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 맺힌 응어리는 지금 온 국민을 '반미 감정'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미국-포르투갈전에서도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일방적으로 포르투갈을 응원했다.

미국 선수들이 이런 분위기에 흔들릴 수 있고, 반대로 과열된 국민 감정이 한국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U(unfair:불공정)-한·미전을 앞두고 불공정 시비가 불거졌다.홈팀 한국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팀이 대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심판들과 같은 호텔을 사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히딩크 감독은 "포르투갈전에서 미국의 두번째 골은 오프사이드"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더니. '축구판 오노'사건이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S(speed:스피드)-미국의 빠른 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너번과 비즐리·매시스 등이 앞장선다.

한국의 30대 노장 수비진이 이들을 어떻게 막아낼 지 주목된다. '러닝 디펜스(running defence)'를 주문하는 히딩크 감독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A(attendance:관중)-대구 월드컵경기장은 이날도 붉은 색으로 물들 것이다. 이들의 하나된 함성은 더욱 그라운드를 진동시킬 것이다.

복병처럼 나타난 열두번째 선수들의 질서 정연한 응원은 난폭한 훌리건과는 비교할 수 없는 내공이 담겨 있어 미국 선수들을 혼미하게 할지도 모른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