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戰… 70만명 길거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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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미국도 꺾고 16강으로 가자.'

10일 대구에서 열리는 월드컵 한-미전이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직장인도, 학생도, 주부도 관심은 온통 미국전이다. 폴란드를 완파한 데 이어 미국전에도 승리하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한껏 부풀어 있기 때문이다.

경기를 앞두고 시청앞 광장 등 길거리 응원 장소 주변은 전광판과 무대를 설치하고 곳곳에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사상 최대의 응원전을 예고하고 있고, 직원들의 단축 근무나 휴무 '압력'을 받아들이는 기업들도 크게 늘었다.

미국전 열병은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기든 지든 10일 밤 도심 거리는 매우 시끄러울 전망이다.

◇응원 열기 고조=경기가 열리는 10일 광화문 일대에만 30만명이 몰리는 등 전국적으로 70만명 이상이 길거리 응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폴란드전에는 전국 78곳에 51만8천명이 모였다.

광화문과 시청앞 광장, 평화의 공원, 코엑스 야외무대 등 길거리 응원이 펼쳐질 장소에서는 지자체나 주관회사 측이 밤새 시설물 설치에 땀을 흘렸다.

시청앞 광장에서는 SK텔레콤 직원과 인부 수백명이 9일 오후부터 크레인 등 중장비 여덟대를 동원, 무대와 대형 전광판 세대를 밤새 설치했다. 코엑스 측은 1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 9일 KT플라자에서 운영 중인 대형 전광판과 별도로 코엑스 중앙광장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관람 편의시설을 준비했다.

광화문 동화면세점 뒤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승환(48)씨는 "생수·맥주 등을 지난 폴란드전 때보다 두배쯤 준비했다"며 "더 주문하고 싶어도 쌓아둘 장소가 없어 고민"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단축근무·휴무 확산=상당수 기업들이 단축근무를 실시하고 일부는 사내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해 단체 응원전을 펼치기로 한 가운데, 그동안 정상근무키로 했던 기업들도 전격적으로 휴업이나 오전근무를 결정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정상근무 방침을 피해 연·월차를 신청하는 등 무언의 '항의'가 거세기 때문이다.

근무시간을 철저히 지키기로 유명한 외국계 기업도 한국인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 휴무나 반일근무를 결정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외국계 종합부동산 컨설팅업체 BHP코리아의 이호규 사장은 "스포츠 경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라며 "직원들의 관심이 온통 미국전에 쏠려 있어 사기 진작과 단합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단축근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승녕·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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