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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묵는 호텔에 한국팀 투숙 불허,美엔 허용 히딩크,FIFA결정 비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국제축구연맹(FIFA)관계자들이 들어 있는 호텔에 미국 선수단이 투숙하다니 이상한 일이다. 더욱이 그 호텔엔 한국-미국전의 심판들도 묵고 있다."

강팀 미국과의 일전을 겨냥한 고도의 심리전일까, 아니면 진짜 화가 난걸까. 거스 히딩크 감독(얼굴)이 이례적으로 심판 판정의 공정성까지 거론하며 FIFA 관계자들과 미국 선수단이 같은 호텔에 투숙토록 한 FIFA의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표팀에 따르면 한국팀은 지난해 12월 조 추첨으로 본선 일정이 정해지자마자 대구경기에 대비한 숙소로 대구 인터불고(Inter-Burgo:화목한 자그마한 마을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호텔을 내정, FIFA에 사용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FIFA측은 자신들이 묵을 예정이라며 다른 호텔을 사용하도록 요청했다. 할 수 없이 옆에 붙어 있는 파크호텔을 예약한 대표팀은 지난 5일 미국팀이 인터불고 호텔에 묵을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미국팀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대구공항에서 가까운 GS 플라자호텔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8일 오전 훈련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두가지 이상한 일이 있다"며 목청을 높였다.

그는 먼저 "5일 미국-포르투갈전에서 미국이 얻은 두번째 골은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부심이 오심을 해 2-2로 비길 경기를 미국이 이겼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한국 대표팀에는 사용을 금지한 호텔을 미국팀에는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미국팀과 FIFA 심판들이 같은 호텔을 쓰는 것은 이상하다. 이런 의심스러운 일에는 당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예컨대 미인대회 참가자와 심사위원이, 혹은 수험생과 시험 감독관이 한 호텔에 묵는다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한 뒤 FIFA에 엄중 항의할 방침이다.

경주=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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