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담긴 아름다운 우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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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온 낯에 땀이 흐른다./한낮까지 매니/입은 옷이 펑석 젖어 버렸다./손을 가주고 낯을 문대니/온 낯이 꾸정물이다./풀 밑에 들어가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참매미가 매용 매용 바람 소리에 맞추어 운다."('콩밭 매기')

"청개구리가 나무에 앉아서 운다./내가 큰 돌로 나무를 때리니/뒷다리 두 개를 펴고 발발 떨었다./얼마나 아파서 저럴까?/나는 죄 될까 봐 하늘 보고 절을 하였다."('청개구리')

건강하고 순박한 농촌 아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아동문학평론계의 큰어른 이오덕 선생이 1950~70년대에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들의 시를 모아 78년에 초판을 냈던 책을 24년 만에 고침판으로 내놓은 것.

참된 시의 마음이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생명의 귀중함을 생각하며, 건강하게 일하는 것을 행복으로 아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아름다운 우리말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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