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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디스코왕 되다' 실감 연기 비밀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9면

산동네 서민의 생활상이 정겹게 묘사된 코미디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김동원 감독·6일 개봉)를 보면 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째, 배경이 된 시대다. 제작사는 1980년대라고 하지만 오히려 70년대 분위기가 물씬하다. 성기(양동근)의 아버지가 사우디로 일하러 간 사이 어머니가 춤바람에 빠지는 게 유력한 증거다. 큼지막한 유리병에 담긴 흰색 우유를 들이켜는 디스코텍 사장(이대근)의 모습을 봐도 그렇다.

사실 영화사도 처음엔 70년대를 상정했다. 주연을 맡은 고교 동창생 세 명인 해적(이정진)·봉팔(임창정)·성기에게 검정 교복을 입힐 계획이었으나 지난 해 대히트한 '친구' 때문에 결국 이들은 교복 자율화 세대로 설정했다.'제 2의 친구'란 오해를 예방하는 차원이었다.

둘째, 소품으로 쓰인 인분이다. 혹시 실물일까. 대답은 '예스'반, '노'반이다. 영화에서 봉팔의 아버지(김인문) 직업은 '똥퍼'. 분뇨차 출입이 불가능한 산동네라 사람이 손수 치워야 했다. 봉팔의 부친이 낙상하자 친구 셋이 화장실을 치우는 장면에 나오는 게 바로 '진품'이다. 고약한 냄새에 고개를 돌리는 성기의 모습이 연기가 아닌 것이다.

제작진은 배우들도 실감 나는 장면 연출을 위해 이 소품을 기꺼이 사용했다고 전했다. 임창정은 다른 배우에게 시범을 보여주기까지 했다니, 영화를 위해 순간의 고통은 '약'이 되는 모양이다. "이제는 똥이 똥인지 내가 똥인지 모르겠다"고 흐느끼는 봉팔의 대사와 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밖에도 영화에선 인분 관련 장면이 몇 차례 더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제작진이 특수하게 만든 것들이다. 여기저기서 조언을 구해오는 일이 많아 아예 상세한 제조법을 한국영화 스태프의 모임인 필름 메이커스 커뮤니티(www.filmmakers.co.kr)의 제작현장 코너에 올려 놓았다. 이것도 정보 노하우의 공유일까? 대답은 단연 '예스'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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