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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을 묶는 '홀로그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3면

평면, 입체, 영상에다 홀로그램 작품까지.

7일~7월 6일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열리는 양만기(38ㆍ덕성여대 서양화과 교수)씨의 개인전은 '만능 재주꾼'으로 통하는 양씨의 다양한 미술세계를 한자리에서 접해볼 수 있는 자리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3차원 영상작품 '홀로코스트'. 레이저를 이용해 입체를 재현하는 홀로그램 기술을 썼다.

종래의 홀로그램은 12~20도 라는 한계가 있었으나 그의 작품은 3백60도 어느 각도에서 봐도 입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신기술이 동원됐다. 미술작품에 완벽한 홀로그램이 쓰인 것은 국내 최초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라고 한다.

작가는 "KAIST 고진영 박사의 도움을 받아 2년여간 실험한 끝에 실용화한 것"이라고 밝혔다.'홀로코스트'는 두점으로 목없는 부처, 모자를 쓴 미키마우스의 홀로그램이 실물 인형과 함께 등장한다.

부처와 미키마우스는 실물과 전혀 분간할 수 없기 때문에 관객은 문자 그대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체험을 하게 된다. 다음은 대형 설치물인 '남녀 프로젝트 15'. 전시장 천정에 금속 파이프 15개가 매달려 있고 파이프 끝에는 손톱만한 의료용 모니터가 달려 있다.

파이프는 두개씩 서로 마주보고 있고 모니터에선 남녀가 상대방을 향해 말을 하고 있다. 7쌍의 남녀와 한명의 외톨이는 각자 자신들의 개인적인 문제와 사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관객은 돋보기로 모니터를 보면서 대화를 훔쳐 듣는 입장이 된다.

파이프 속의 남녀는 현대사회의 몰개성화를,관객의 행위는'훔쳐보기'유행을 상징한다.

관객이 첼로 줄을 만지면 센서가 체온을 감지해 음향이 합성돼 나오는 설치작품'궁합'도 눈길을 끄는 상호반응형 작품이다.

작가는 홍익대 미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6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97년 영국 왕립아카데미 추최 국제 공모전에서 미술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건설 과정을 1년 8개월 동안 촬영한 필름을 영국 BBC방송에 최근 6천만원에 팔아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02-511-0668.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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