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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샛별] 뉴욕 ‘모스틀리 모차르트 관현악단’ 첫 한국인 손유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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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플루티스트 손유빈씨는 1960년대 초반 한명숙씨가 불러 히트했던 ‘노란 샤쓰의 사나이’의 작곡가인 손석우씨의 친손녀다. “어려서부터 노래를 좋아해 할아버지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최승식 기자]

뉴욕의 여름은 해마다 모차르트로 물든다.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의 선율에 잠긴다. 1966년 시작된 이 축제는 매년 7~8월 링컨센터에서 모차르트를 집중 조명한다. 요요마·조슈아 벨·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등 초청된 독주자의 면면이 화려하다. 하지만 축제의 중심에는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있다. 교향곡과 협주곡을 모두 연주하며 음악제의 ‘안주인’ 역할을 한다.

올해 뉴욕 음악축제에 참여한다면 이 오케스트라에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를 만날 수 있다. 플루트 수석으로 발탁된 손유빈(25)씨다. 3월 말 오디션을 거쳐 한국인으론 처음 이 자리에 앉았고, 무기한 수석 연주도 보장받았다.

연주를 앞두고 잠시 한국에 들른 손씨를 만났다. 그는 오디션에서 14명의 쟁쟁한 참가자를 이긴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듯했다. “바늘구멍을 뚫고 나온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보통 한 오케스트라 안에는 수십 명의 바이올린·첼로 연주자가 있다. 하지만 플루트는 두세 명뿐이다. 때문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는 손씨는 “사서 고생을 하는 것 같다”며 빙그레 웃었다.

사실 손씨는 독주자의 길을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건이 좋았다. 초등학교 3학년에 플루트를 시작한 그는 이후 탄탄한 코스를 밟아왔다. 예원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나가는 국내 콩쿠르마다 우승했다. 14세에는 줄리아드 예비학교 교수에게 발탁돼 유학을 떠났다. 줄리아드·커티스·예일을 거쳐 맨해튼 음대에 이르기까지 명문 학교를 다니며 최고의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손씨는 오케스트라로 눈을 돌렸다. “플루트로 연주할 수 있는 독주곡이 적고, 하다못해 몇몇 악기와 함께하는 실내악 작품도 별로 없어 답답했다”며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때마침 뉴욕 필하모닉의 수석 연주자에게 배울 기회가 생겼다. 스승의 추천을 받아 뉴욕 필하모닉에서 객원으로 몇 차례 연주를 했고, 말보로 뮤직 페스티벌 등에도 열심히 참가하며 오케스트라 실력을 키웠다. 커티스 재학 시절에는 피아노·바이올린 교수를 찾아 플루트 작품을 레슨을 받으며 시야를 넓혔다.

“학교 도서관 전체를 뒤져서 플루트가 끼어있는 실내악 작품을 샅샅이 찾아내기도 했어요. 어떻게 해서든 다른 악기와 연주하는 데에 끼어들려고요. 제가 연주해보지 않은 악기 소리를 들으며 함께 호흡하는 즐거움에 빠지기 시작했죠. 오케스트라는 커다란 사회 같아서 독주보다 훨씬 신경 쓸 일도 많고 어려워요. 그래서 무사히 마치고 나면 중독성도 더 강한 것 같아요.”

손씨는 독주와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모두 세계 최고로 꼽히는 엠마누엘 파위(베를린 필하모닉 소속)를 롤 모델로 꼽았다. “제가 들어간 오케스트라는 여름에만 연주하죠. 하지만 앞으로 명문 오케스트라에서 일년 내내 연주하는 저를 보시게 될 겁니다. 무대 위의 긴장이 항상 즐겁거든요.”

글=김호정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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