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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 그들이 빛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축구 전문가들은 큰 경기에서 젊은 선수들을 잘 이끌며 선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노장 선수들의 활약을 한목소리로 칭찬했다. 그러면서도 후반 유상철이 부상으로 빠진 직후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이 흔들린 점을 지적하며 큰 부상이 아니길 기원했다.

◇김광명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수비라인의 커버플레이가 빛났다. 앞에 선 선수가 뚫려도 곧바로 뒤에 있던 선수가 그 뒤를 책임졌다. 지역방어와 대인방어가 적절히 혼합됐는데 이런 것은 노장들이 주축이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다.

상대는 긴 패스에 이어지는 헤딩슛을 노렸지만 제공권을 놓치지 않은 덕분에 잘 막아낼 수 있었다.

미드필드의 경우 유상철이 빠진 뒤 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수비력이 좋은 유상철의 공백도 문제였지만 2-0으로 앞서다보니 긴장감을 늦추면서 심리적으로 밀린 부분도 있다.

초반의 긴장을 빨리 풀고 안정적인 경기를 할 수 있어 다행이다. 폴란드전에서 왼쪽에 비해 오른쪽 측면돌파가 활발하지 못했는데 이는 상대 왼쪽 수비수(미하우 제브와코프)의 공격가담이 많다 보니 박지성이 수비로 많이 내려가는 바람에 생긴 현상이다.

◇차범근 MBC 축구해설위원

경기 초반 선수들이 긴장해 공·수 연결이 부드럽지 못했고 위기 상황을 여러 차례 맞을 뻔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꾼 계기가 황선홍의 첫 골이었다.

선제골을 뽑은 뒤 선수들이 점차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았다. 한국의 분위기가 안정되자 반대로 폴란드가 급격히 흔들렸다. 특히 폴란드 공격은 패스로 풀어가지 못하고 공중볼을 띄워 킥 앤드 러시만 고집했다.

그런데 한국이 제공권을 내주지 않았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수비와 미드필드에서 밸런스를 유지한 것이다. 밸런스가 유지되자 상대의 파상공격도 잘 막아낼 수 있었고, 오히려 상대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김호 프로축구 수원 삼성 감독

노장인 홍명보·유상철·황선홍의 활약이 빛났다. 폴란드가 제대로 정비하지 못한 채 첫 경기에 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땐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좋았다. 노장뿐 아니라 젊은 공격수인 박지성·설기현의 측면 돌파도 좋았고, 상대의 측면 돌파를 제대로 막아낸 이을용·송종국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좋은 결과는 얻었지만 앞으로 미국전·포르투갈전이 남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유상철의 부상이 우려된다. 후반 중반을 지나면서 미드필드의 밸런스가 깨졌는데 이는 유상철이 빠지는 바람에 생긴 현상이다.

미국전 때 미드필드부터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유상철 같은 힘 있는 선수가 필요한데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 선수들이 폴란드전 승리로 너무 들뜨지 않는 것도 남은 경기를 위해서는 중요한 일이다.

부산=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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