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과학자의 어린 시절 닮아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는 어떻게 과학자가 되었는가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사이언스북스, 368쪽, 1만5000원

위대한 과학자는 태어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들어지는 것일까.‘아이는 어떻게 과학자가 됐나’라는 원제처럼 이 책은 현대 과학계를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 27명이 회고하는 어린 시절을 담고 있다. 과학서라고 지레 위축될 필요는 없다. 필자들 모두 뛰어난 과학자이면서도 대중적 글쓰기에 능한 이들이라 글은 쉽게 읽힌다. 그러나 이들이 과학자가 된 사연은 우연과 필연의 경계를 쉼없이 넘나든다.

노벨상 수상자를 할아버지로 둔 이론심리학자 니컬러스 험프리 교수는 필연을 대표하는 예다. 가까운 친지 중 왕립학회 특별 회원을 여섯 명이나 배출한 명문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적부터 실험실을 놀이터 삼아 자랐다. 이 때문에 그는 양육과 인성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양육가설’을 부정하지 않는다.
반면 진화심리학을 통해 ‘인간 짝짓기’를 연구하고 있는 데이비드 버스 텍사스대 교수는 우연을 대표한다.

그는 고교시절 언제나 ‘C’학점 언저리를 전전했으며, 한때 마약의 유혹에 빠져 두 번이나 체포당한 기록을 갖고 있다. 고교를 졸업하고 얻은 첫 직업은 화물차 휴게소의 야간 근무자였다. 그런 그가 과학자가 된 것은 우연히 생화학 석사 출신의 여성과 사랑에 빠지고, 한시적인 추첨제 입학을 통해 운좋게 대학에 들어가면서였다. 또 우리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를 과학의 세계로 이끈 것은 아프리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아닌, 동물과 말하는 의사를 다룬 동화책 『닥터 두리틀』이었다.

이처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양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배경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같이 호기심과 배우고 싶은 열정으로 가득찼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떻게 과학에 입문했든 이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매진했다는 점도 역시 공통적이다.

험프리 교수는 이와 관련해 파블로프 박사가 후학들에게 준 경고 문구를 인용한다. “과학은 개인에게 평생을 바치라고 요구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당신의 목숨이 두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조민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