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누구도 납득 못 시킨 군 인사비리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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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군 검찰이 육군 진급 비리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급 대상자를 내정하고 이들이 전원 진급할 수 있도록 문서 위조 등의 불법을 저질렀다는 게 골자다. 예를 들면 내정자의 음주운전 측정거부 사실은 삭제하고 경쟁자들의 비위 내용은 반영했다는 것이다. 또 최종심사 때 심사자료 비고란에 특정 내정자가 경쟁자보다 더 우수하다는 설명을 넣어 내정자의 진급 결정을 유도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수사 결과에 육군본부는 물론 일부 군 검찰관이 반발하고 있는 점이다. 육본은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즉각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회견을 했다. 음주운전 측정 거부와 관련, 해당자의 인사기록 카드에 혈중 알코올 농도 수치가 적혀 있는데 무슨 거부냐는 것이다. 진급 절차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부족한 군 검찰의 일방적 잣대에 의한 수사라는 게 육본 측의 시각이다. 반면 검찰 일각에선 불법을 지시한 의혹이 농후한 준장을 불구속한 것은 '봐주기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수사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진상은 법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이번 수사 파문은 군에 전례없는 상처를 줬다. 국민의 실망감.분노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번 파동으로 군 검찰이나 육본 모두가 상처를 입었으며 군에 대한 불신만 높아졌다. 수사 결과를 발표해도 누구 말이 맞는지 아직도 모르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이제 국방부.육본.군 검찰은 더 이상 이 문제에 개입하지 말라. 군 법정에서 결론을 내라.

군 검찰은 상부의 지시 여부 등 다른 불법 행위가 있는지 철저히 수사하라. 그러나 '여론몰이 수사'등 기존의 수사 방식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철저한 증거 수집은 물론 군의 명예도 감안하는 보다 치밀한 수사가 요구된다.

육본 측도 자제해야 한다. 반박에 반박을 해봐야 육본에도 도움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반박 회견을 한 것은 성숙하지 못한 자세다. 육본 고위 관계자는 "정확한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정이다. 군 법정이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모두가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