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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식 고품격 코미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애니 홀 (EBS 밤 10시)=올 칸영화제에서 '할리우드 엔딩'을 개막작으로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던 감독 겸 배우 우디 앨런. 오랜 칩거 생활을 청산하고 아내 순이와 함께 칸영화제 주상영관인 뤼미에르 극장의 붉은 카펫을 밟는 그에게 많은 박수가 쏟아졌다. 앨런은 지난 3월말 열렸던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참여하는 등 최근 '바깥 나들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애니 홀'은 코미디 감독 앨런의 재능이 만개한 작품이다. 신경이 날카로운 뉴욕의 두 남녀의 사랑 얘기를 그 특유의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영화 평론가들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로버트 올트먼의 '내슈빌'과 함께 1970대 미국 영화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꼽기도 한다. 78년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 네 개 부문을 휩쓴 것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기둥 줄거리는 코미디 작가 앨비 싱어(우디 앨런)와 가수 지망생 애니 홀(다이언 키튼)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이별이다. 사랑에 빠진 두 남녀가 엮어내는 다양한 관계를 77년 개봉 당시로는 매우 신선한 방식으로 표현해냈다. 주인공의 속마음을 만화처럼 풍선 모양 안에 자막으로 처리하고, 관객(카메라)에게 말을 걸고, 미디어 전문가인 허버트 마셜 맥루한을 깜짝 등장시키는 등등. 바보 같은 몸짓과 엉뚱한 대사로 관객을 웃겼던 기존의 코미디를 대사·심리 위주의 고품격 코미디로 승화시켰다. 앨런 고유의 가벼우면서도 진지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원제 Annie Hall. ★★★★☆(★ 다섯개 만점)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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